갈라파고스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커트 보네거트의 강점은 순간적으로 의표를 찌르는 위트와 정돈되지 않은 어수선한 맛에 있다.
-252p

커트보네거트의 이야기를 짚어가다보면 내가 지금 무얼 읽고 있나.
하게 된다.
분명 흐르는대로 따라 흘렀는데
나혼자 따로 버려진기분.
이건 sf소설이 가진 특징들이기도 하다.
sf소설은 읽을때 교과서를 읽듯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는다.
기계들, 이름들, 위치, 지리, 방식, 방법에 있어 익숙치 않아 놓칠 수 있는 것들이 있기에 꼼꼼함과 예민함을 더한다.
마치 글을 써내려간 작가가 그러했던 것처럼.

커트보네거트는 천재다.
따뜻하고 착하며 유머러스한 천재다.
그래서 나는 그의 글을 단어 하나 놓치지 않으려 더욱 애썼다.
갈라파고스는 인류의 전멸을 다룬다.
그와중(인류가 전멸하고 있는 와중)에도 인류를 향한 통찰력과 해학은 사라지지않고 도처에서 불쑥불쑥 나타난다.


저 옛날 위대한 대뇌들의 시대에는 그저 견해에 지나지 않은 것들이 그토록 중시되었던 것이다.
-19p

매킨토시가 거칠고 탐욕스러우며 자기밖에 모르는 위인인건 분명했지만,그렇다고 머리가 돈 건 아니었다.
그의 큰 뇌가 벌어지고 있다고 믿는 일들 대부분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48p

이 컴퓨터에는 ‘병적인간‘ 이라는 정신적 장애는 대다수의 다른 장애들에 비해 증세가 훨씬 경미해서, 그런 사람들은 거의 병원에 가지 않으며,오히려 지구상에서 가장 유복한 사람들 축에 든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행동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곧잘 고통을 받지만 정작 그들 자신은 전혀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는...
-50p

우리네 치아는 늘 어디가 고장이린 대개는 평생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우리가 한 입 가득 썩는 도자기류를 갖게 된 것은 진화 과정의 어떤 사건에서 연유했을카
-71p

이 세상에 나올 때부터 무엇에 대해서든 별 관심이 없었던 그였다.이 결점을 감추기 위해 그는 대단한 연기자가 되어,마치 모든 일에 열정적인 관심이 있는 양 자기 자신까지 속였다.
-89p

내 살아생전에, 지구 어디에선가 전쟁이 세 건 이상 진행되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
-124p

인간의 정자에 관한 한, 갈라파고스를 제외한 전 세계는 이제 곧 이 공단 시트 꼴이 될 참이었다.
감히 나는 이렇게 덧붙인다.
˝극히 적절한 때에˝?
-141p

다윗과 골리앗이 맞붙어서, 언제 한 번 골리앗이 이겨본 적이 있었던가?
-155p

그때 거의 모든 사람은 온정신이었고, 나는 레이예스에게도 기꺼이 그러한 편견없는 찬사를 부여한다. 문제는 광기가 아니라, 인간의 두뇌가 너무 크기만 할 뿐 진실하지도 실제적이지도 못했다는 데 있었다.
-159p

그녀의 커다란 뇌 속에서 어떤 자동장치가 작동되자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뱃속에 청량한 느낌이 확 끼쳐왔다.사내에게 사랑을 느낀 것이었다.
-189p
(내가 아는 한 이토록 적확한 사랑표현은 없었다.)

레온! 레온! 인간에 디니해 알면 알 수록 정나미가 떨어질 뿐이야.너희 나라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자들이 너를 그 끝이 없고 인정도 없고 참혹하고 결국에는 의미도 없는 전쟁터에 보낸 것만으로도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은 이후로는 영원히 필요없을 만큼 얻지 않았느냐
-214p

이 큰 뇌들의 시대에는 저질러질 수 있는 짓은 무엇이닌 저질러질 것이니, 조심하고 조심할지어다.
-225p

아무튼 메리는 과거에 남성이었던 나로서는 밉살맞은 짓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선장을 농락하고 있었다. 내가 여자로 태어났더라면 달리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그랬다면 당시 재생산 과정에서 남성들이 수행하던, 그리고 지금도 수행하고 있는 역할이 빈약함을 은근히 야유하는 메리 햅번에게 간채를 보냈을지도 모르다. 재생산 과정에서 남성의 역할은 달라진게 없다.남자란 그저 때가 되면 싱싱한 정자닌 쏟아내는 멍청이일 뿐이다.
-233p



유령이 보는 1986년과 그후로 백만년.
이 책이 1985년에 쓰여졌음을 인지하고 글을 읽는다면
더더욱 놀랍다
아직도 만다락스같은 건 나오지 않았으니까.

커트보니것은 20년간 무명 sf작가로 변방만 떠돌았다한다.
60년대이후 그 진가를 인정받아 단숨에 주류문단을 평정했고.
그러나 주류니 장르니 하는 분류에는 관심이 없는 작가라한다.
반하지 않기 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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