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이토록 끔찍한 이야기는 없었다.
적나라하고 아프고...
읽는 내내 주인공이 자살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윌헬름은 가진게 없다.
없게 만들었다
그가 근거없는 희망에 삶을 걸었을때
기대에 부풀었을 때
기회비용으로 그는 시간을 헌납해야했고 젊음을 허비했다.
아니 그 헌납과 허비 자체가 젊음이었는지도.



젊음은 소비아닌 투자란걸 아는 너... 라는 노래가사 갑자기 떠오른다.
어떤 씹치의 공허한 여자 찬양송이었다.
그 가사만큼은 마음에 박혔다.

솔벨로는 모든 인간을 대변하는 것이 문학이라 했다.
정말 위로 한 마디 없이 대변만 한다.



나란 놈은 힘든 육체 노동이나 했어야 했는데.
녹초가 돼서 곯아떨어지게 만드는 , 힘들고 정직한 일 말이다.
기운이 다 빠지도록 했다면 기분이 훨씬 좋았을거야
하지만 난 유명해져야 했지.
아직도 그렇게 되지 못했지만.
-15p

이 책의 끝까지 내가 원하는 단 하나였다.
제발 제대로 된 일을 해.
지금까지 버린 시간을 거둬들여.
몸을 써.
너한테 거는 기대를 버려. 그건 남의 몫으로 남겨둬.

본인이 본인에게 희망을 버리지 않았었구나...
그래서 그 파국을 맞았던 거구나...


우리는 얼마나 세상 사람들 눈에 잘 보이고 싶어하는가.
노인네들이 둘러대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윌 헬름은 셍각했다.
진짜 세일즈맨은 아버지라고. 그는 나를 팔고 있다. 그야말로 영업부사원이 되었어야 했는데.
-26p

우리 할머니 얘기인가...
우리 할머니가 딱 저랬었지.
자신보다 낮은 대학을 나온 손녀딸을 세상에 이롭게 소개하느라 끙끙 앓았더랬지.
그럴 필요 있었을까.



윌헬름은 처음엔 자화자찬을 하느라 거짓말을 했지만,
나중엔 스스로에 대한 동정심에 거짓말을 했다.
-29p


그때 그는 현실적인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완전히 지쳐버린 그가 내린 그 결정은 결정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100p

이런 잘못된 결정들을 내리면서 그의 인생은 모양새를 갖춰온 것이다,
-100p


어무 슬퍼서 가슴이 내려앉는 구절이었다.
언젠가 나도 그랬던 적이 있어서.
내 인생은 잘못되었고
이젠 내가 어쩔 수 있을 도리도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서.



탬킨 박사가 그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다는 점이 그를 기쁘게 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갈망했던 것이다, 누군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가 잘돠길 바라는 것 말이다.
-125p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스스로에게 열과 성을 다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그렇게 해주지 않으니까...


얼마나 더 혼이 나야 깨닫게 될지 정말 모르겠다.
똑같은 실수를 계속 되풀이하고 있으니
-184p

남의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은 그 도움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기다리는 일은 그만 해야 해
-185p


무언가를 기다리고 앉아있던 날들이 있었다.
기다림을 집어 치우고
현재의 나를 보자 한숨만 나왔다.

오늘을 살라.
오늘 하루만을 살라.
현재를 보라.
깨어있으라.
마음에 새긴다

윌헬름은 이미 늦었다.
그 마음과 그 머리라면. 스무살이어도 이미 늦었다.
그를 위한 기도라고는 고작 이 정도가 최선이다.
삶을 스스로 끝낼 우아함이나 지혜라도 남아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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