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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가지 죽는 방법 ㅣ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평점 :
˝내 이름은 매트고요, 알콜중독자 입니다˝
이 한 마디의 진실함. 자신을 마주보게 하는 용기를 위해 달리는 책이다.
책에선 끊임없이 말한다.
이 일을 왜 하고있는지. 에 관해.
자신이 누군지 또 어떤지.에 관해.
˝정직하게 사람들을 대하고 절대로 끼니를 거르지 마라.˝
-40p
포주, 마약상,도박꾼, 증권 중개인들 처럼 무식하고 버릇없는 자들이
어떻게 지내냐는 말에 관해 해준 대답이다.
이 책에서 진짜 버릇없는 자들은 포주나 마약상보다 호텔리어나 경찰이 더욱 그러하지만 이런 자잘한 배경의 사람들은 매튜 스커더에게 삶의 조언들을 해준다.
정직하게 사람들을 대하고 절대로 끼니를 거르지마라.
당신에게도 하는 말이니 당신도 새겨두길 바란다
조언을 들어서일까. 매튜 스커더는 맛은 없어보이지만 끼니를 거르지는 않고 커피나 콜라를 마신다. 장면이 담백하고 뉴욕에서의 매튜 스커더가 굶지 않고 돌아다닌단 사실에 안심이 되기도 했다.
너무 배가 고프거나, 외롭거나, 우울하도록 자신을 내버려 둬서는 안된단 이야기가 책에 나온다.
이 책에서의 매튜스커더는 이전에 읽었던 아버지들의 죄에서 보다 훨씬 알코올 중독의 마수에서 힘들어한다
배가 고프거나 외롭거나 우울하기는 우리 모두 마찬가지인데,
그는 왜 더욱 힘들어하는 걸까.
아주 예전에 범인을 잡으려다 실수로 죽여버린 소녀때문일까.
모든 바 앞에서 망설이고 병원에서 깨어나기도 한다.
어느 옷장에 있던 와일드 터키 5번 술생각이 자꾸만 떠오르고
그 바의 그 장면이 자꾸만 머릿속을 채운다.
˝뉴요커들은 마치 그 토끼들 같아요. 우리가 여기 사는 건 문화든 일자리든 간에 이 도시가 우리 친구나 이웃들을 죽일 때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보죠. 그런 기사를 읽으면 하루나 이틀쯤은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곧 잊어버리는 거예요. 잊어버리지않으면 그 일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지 않으려면 이 도시를 떠나야하는데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
-250p
매트가 힘들고 아파하는 건 그도 그 토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신문 머릿기사때문에 식사를 거를까도 생각하지만 결국은 밥을 먹어야하는 토끼니까.
˝그가 술을 끊은 걸 존경하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아니, 알잖아...˝
˝신문에 난 기사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고 오늘 저녁 그에게 말했어. 거리마다 범죄가 들끓고 있어. 계속해서 사람들은 서로 몹쓸 짓을 하지. 얀, 그게 날 미치게 만들어˝
-294p
그래 매튜 스커더. 나도 그게 종종 나를 미치게 만들어.
근데 그렇다고 술로 피해선 안돼.
그건 피해지지도 않는다고
우리 삶에서 피해지는게 없어
피할 수 있는게 뭔줄 알아?
지붕 밑에서 비나 피할 수 있음 다행인거야
˝반드시 기분이 좋을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됐을때 그것은 내게 혁명이었어요. ...
전에는 초조하거나 걱정스럽거나 불행할 때마다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기분이 나쁘다고 죽는 건 아니잖아요. 알코올은 나를 죽이죠. 하지만 내 감정이 나를 죽이지는 않아요.˝
-357p
매튜는 착한 사람이고 올바르기까지 한 사람이다.
다만 좀 약한 사람인거지.
제대로 살고싶은 여린 사람들에게 세상은 지옥이다.
사실 누구에게 안 그러겠나.
한 창녀의 죽음.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직업 정신들.
이 책은 그것이다.
사건이 전개되고 사건 속에서 정신없이 달려나가는 어떤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마다 펼쳐지는 직업정신을 엿볼 수 있다.
포주는 포주대로.
창녀는 창녀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각자의 삶속에서 각자가 가진 생각들이 누군가의 죽음에 관해 삶에 관해 어떤 힌트를 주는지.
˝그렇다면 내가 누구에게 빚진 걸까? 하느님에게? 말도 안되는 소리다. 이 빚이란 대체 뭘까. 무엇 때문에 빚을 진 걸까? 내가 빌린 돈이라도 갚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부정한 돈벌이를 하는 걸 눈감아 달라고 하느님께 뇌물이라도 바칠 생각인건가? 이런 행위를 정당화하는데 곤란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습관일 뿐이었고 약간의 일탈이었다. 세금을 내지 않으니까 대신에 십일조를 한 것 뿐이다. ...
....(중략)...
세인트입클러스가 근ㅊㅓ 골목길에서 얼핏 뇌리를 스쳤던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십일조를 내지 않아서 이 녀석한테 죽게 되는구나. 진심으로 믿는 건 아니지만 나는 세상이 그런 식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325p
하느님의 직업은 용서라고 하니
용서로 돈을 벌 수 있어야한다.
십일조는 아마 그런 내용이겠지.
챈스는 내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 보통 사람들은 인터폰을 하지˝
˝ 아래층 녀석이 책을 읽고 있어서. 방해하고 싶지 않았거든.˝
˝ 배려를 많이 하는군.˝
˝ 내세울 거라곤 그것밖에 없지.˝
-301p
범인은 잡았고 더 이상 정글도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거다. 800만가지 죽는 방법 중 하나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