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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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이 모든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대체로는.

- 131p
킬고어 트라우트는 빌리가 가장 좋아하는 현존 작가가 되었으며, 과학소설은 그가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종류의 이야기가 되었다.
로즈워터는 빌리보다 두 배는 똑똑했지만, 그와 빌리는 비슷한 방식으로 비슷한 위기에 대처하고 있었다. 그들 둘 다 인생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전쟁에서 본 것 때문이었다.
-중략-
빌리는 유럽사 최대의 학살을 보았는데, 그것은 드레스덴 폭격이었다.뭐 그런거지.
그래서 그들은 자기 자신과 우주를 다시 만들어내려 하고 있었다.
과학소설이 큰 도움이 되었다.

- 131p
로즈워터는 언젠가 과학소설이 아닌 책에 관하여 빌리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삶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은 표로드 도스토옙프스기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에 다 들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걸로 충분치가 않아.˝ 로즈워터는 말했다.

- 167p
그게 바버러(빌리의 딸)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일이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존엄을 빼앗아버리는 것이.

- 235p
˝미안하구먼.˝ 그가 빌리에게 말했다. 그러더니 다시 방귀를 뀌고 트림을 했다. ˝ 오 이런 - ˝ 그가 말했다. ˝나도 늙는 게 나쁠 줄은 알았지.˝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 하지만 이렇게 나쁠 줄은 몰랐어.˝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요즘은 아무도 이런 말을 묻지도 않아 주지만.
심지어 이젠 이런 얘기는 면접장에서도 나오지 않는 듯 하다.
한 10여년 전에 내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그 역사적 순간에선 어른들이 물어볼 게 없어 이런 말을 많이 물어보았다.
˝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에요 ? ˝
취미란에 적혀있는 가증스러운 두 글자 ‘독서‘ 에 대한 일종의 비웃음이었을 테지만. 그때마다 난 답이 있었다.
가열차게 빠져나갔단 이유로 합격이 되기도 했었다.
어른들이란... )
난 망설임없이 ˝킬고어 트라우트˝ 라고 말할 정도의
신랄함이 있지 않다.
똑똑함이 있지 않다.
그렇게까지 어둡지 않다.
난 그저
˝커트 보니것이요.˝ 라고 대답할 정도.

그 이유 역시도
그의 말 구절구절이 성경이 되었어야 한다는 것도.
그 사람은 더 없이 착하다는 것도.
옳은 일과 선한 일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선한 일을 선택하라는 그 구절이 기반이 된 모든 사연들도.

이 좋은 작가가.
이 착한 사람이.
2차 세계 대전에서 겪은 내용이다.

누군가 죽는 내용이 나올때마다
‘뭐 그런거지‘ 라는 말을 한다.
가차없는 상처를 품에 안고
그럴 수 밖에 없음을 납득한 커트 보니것의 이야기는
빌리를 앞에 두고
시간을 넘나들며 말한다.
‘뭐 그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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