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들
제임스 설터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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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까맣게 얼어붙은 겨울밤이 일본 땅 위로, 동쪽의 일렁이는 바닷물 위로, 그 위에 떠 있는 울퉁불퉁한 바위섬과 모든 도시와 마을, 작은 집과 을씨년스러운 거리 위로 몰려들고 있다.


나의 직장에는 형편없는 리더가 하나 있었다.
그 치를 보며 많이 배웠다.

리더는
형태없는 것들, 이를테면 분위기 목표 도덕성 룰 등을
실체로 만들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삶을 보는 시각 태도 도덕성들이 무언의 가르침이 되어
그룹을 아우르게 되고
차이를 만들어내게 된다.
재밌는 위치이나
다룰 수 있는 자가 그 자리에 있어야한다.

이 편대의 대장인 이밀이 과연 그 능력을 갖춘 자일까.
아무리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일지언정.
그래서 더욱 리더다워야하지 않을까.
더 많은 수치가 필요한건. 글쎄 어디는 안 그렇단 말인가.

클리브는 펠을 몸속, DNA부터, 아니 태어나기 이전부터 싫어했다.
책을 읽는 내내 나역시 펠을 그렇게 싫어했다.
그런 자가 운을 타고 때를 타서 승승장구한다니.
벌써 구역질이 나온다.
펠과의 싸움.자신과의 싸움.본인의 생에서
클리브는 승리한다.
고독의 시간 속에서.
그렇게까지 침잠한 승리는 안쓰럽다.

제임스 설터는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나약하게 볼 시선을 피해 제임스 호로비치란 본명대신 필명을 앞세워
사냥꾼들 을 썼다.
그는 문장마다 숨결을 넣는데
그 결들은 일상 속 느끼는 미세한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섬세한 조각칼이 되었다.
어느 문장은 읽는 것이 두려웠다.
맞다 이런 감정. 이라고 알아채는 것이 자각하게 되는 것이 무서워서.




인가은 보통 자신의 운명을 아는데 클리브도 그랬던 것 같다. 설령 제 운명을 알지 못했더라도 그의 눈은 분명 자신의 운명을 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눈은 특별했다. 때론 슬플만큼 민감하고 때론 조약돌처럼 무표정했다. 두 눈이 차분한얼굴에서 그나마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이었다. 클리브는 세상을 향해 가면을 쓰지 않았다. 쉽게 미소 짓는 입술에 코는 섬약해 보였고, 더욱이 그에게는 전투기 조종사 7년 경력이 가져다준 명성이 있었다.
 그냥 얻은 명성이 아니었다. 

-19p

 운동선수에게 제일 먼저 신호를 알리는 게 다리라면 전투기 조종사에게는 눈이다. 극한의 범위에서 건투기를 식별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해도 얼마간은 손도 흔들림이없고 판단력도 좋을 수 있다. 가령 다른 조종사의 눈을 이용하는 것 같은 시력 저하를 상쇄할 방법 또한 아주 없는 것은아니다. 그러나 종국에 그것은 극복할 수 없는 장애가 되고 만다. 더욱이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무겁게 인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때 함부로 써버린 내일을 이제는 하루하루 손꼽아 세게 된 것이다. 

-22p

- 적기가 그에게 허락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는적기를 만나 패배시키고 싶었다. 단지 운이 나빠서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그러나 차마 직시할 수 없는 그 어떤내밀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괴롭혔다. 스스로도 모르는 문제가 자신에게 있다면 그는 패배한 것이다.
불안이 가슴을 옥죄어왔다.

-102p

이곳은 명예의 전당이었다. 헌터는 저곳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클리브에게 말했었다. 어찌 보면 부조리한 제도이지만 그 힘은 절대적이었다. 인간이 기꺼이 제 목숨을 바치는 일이라면 진지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127p

"제일 중요한 건," 그가 말했다. "자기 일을 잘하는 거예요.
그 일에 전념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부심이 찾아와요. 순수하고 치명적인 자부심이. 그다음에는 마침내 자기 자신에 대한 완전한 행복감을 맛보게 된답니다. 

-1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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