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2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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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윤범이란 사람은 누구인가?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이자 콰르텟엑스의 제1바이올린주자. 2005년부터 2년동안 [한국일보]에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이란 이름으로 칼럼을 기고했고,2007년부터 현재까지 극동아트TV(전 예당아트TV)에서 <콰르텟엑스와 함께하는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을 진행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미 2008녀에 클래식을 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을 펴냈고 이번에 그 두번째 책이 나왔다. 그의 이력을 보면서 어지간히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가지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바란다. 조윤범 역시 자신이 사랑하는 클래식이 어렵게 평가되는것이 안타까워 좀 더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갔으면 싶은 마음에 책을 발간한것 같다. 실제로도 대중들이 클래식을 이해하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들었다. 

클래식이란 이름에 걸맞게 어렵다는 인식이 먼저 드는데 그사실은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교양있는 사람들이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클래식을 딱 두번 도전해 본적이 있었다. 고3때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클래식이었고, 두번째는 임신기간동안 태교때문이었다. 솔직히 태교때는 목적을 가지고 들어서인지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 클래식을 들을 때마다 속이 울렁거리고 짜증이 솟아올랐다. (아마도 예민해져 있어서 그런것이리라) 클래식이 태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일찌감치 때려치웠던 기억이 난다. 클래식은 동양사람이 서양사람을 보고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여기고 서양사람 역시 동양사람이 다 똑같아 보이듯이 나 역시 클래식을 들으면 그게 그거같고 특징을 잡아내기가 너무 어려웠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내 관심과  같이 동반된 음악들에서만 선율을 기억할 뿐이었다. 

  과거에 탄생했고, 현재 진행중이며, 미래에도 살아 숨 쉴 클래식을 위해! -앞 표지

클래식에 대한 갈망은 항상 있어왔다. 쉽게 잊혀지는 가요가 아닌 몇세대를 거쳐서도 사랑받을 클래식을 내 인생에 끼워넣고 싶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책을 펼쳤다. 책은 1악장 부터 5악장까지 이루어져있는데 빠르고 강렬하게, 느리고 신비롭게, 춤을 충듯이,자유롭게,변주곡이란 이름표를 달고있다. 그 속에 <빨간 머리 신부님, 비발디>, <음악의 어머니, 헨델>~~~<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코플랜드>, <할리우드의 스타 음악가, 존 윌리엄스>를 마지막으로 변주곡 부분에서는 <클래식과 함께 살아가기>, <변화하는 음악 방송>등 클래식에 대해 알지 못했던 방대한 지식이 들어있었다. 얼마전 김연아 선수가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바이올린 버전을 짧게 압축해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 적이 있었다. 당연히 <죽음의 무도>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전혀 없었던 나는 김연아 선수로 인해 귀로 음악을 들었고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으로 <죽음의 무도>를 눈으로 읽었다. 한가지 기능으로 접하는 기억보다 두가지 이상의 기능이 접하는 지식이 더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듯이 확실히 귀로만 듣던 음악보다 귀와 눈으로 접한 <죽음의 무도>가 더 오랫동안 내 기억속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과 친해지길 갈망할 것이다. 그러나 클래식의 높은 벽이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풍기며 대중들의 손짓을 외면하고 있었다. 이 중간다리 역할을 조윤범씨가 해내고 있는것 같다. 그는 칼럼기고, 강좌, 웹디자인, 출판등 여러방면에서 클래식을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제 대중들이 그의 노력에 답할때라고 생각한다. 아니 우선 나만이라도 그의 노력에 답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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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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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흡혼"의 사진수사와 영혼을 빌려주는 이야기꾼의 상상력 판타지아

강영호라는 이름은 생소했다. 대신 김탁환 이라는 이름은 대표적으로 <노서아가비>,<천년습작>등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로 익히 알고 있던 작가였다. 항상 레이더망에 김탁환 작가님을 올려놓고 관심을 가지던 중 이전과는 다른, 조금은 독특한 책을 출간한단 소식을 들었다.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친근하고 푸근한 외모의 김탁환 작가님이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풀어냈을까? 하지만 이번 작품은 혼자만의 작품이 아닌 강영호 사진사와 실제 존재하는 그의 작업실에 공동 집필실을 마련하고 두사람이 머리를 맞대며 의논하고 의견을 주고 받으며 "99"라는 책이 탄생했다고 한다.

흡혼의 사진수사와 영혼으 빌려주는 이야기꾼이 어느 날 ’상상사진관’에서 조우했다.
                                 -
264page(강심호 문화비평가)

글과 그림이 함께하는 책....이라고만 생각했다. 이시대 괴물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는 책의 내용에 어림짐작으로 가볍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겠지 싶었다. 책을 받아들고 궁금함에 무심코 책장을 넘겼다가 정말 깜짝놀랬다. 낮에도 집안에 혼자있는걸 무서워하는 성격인지라 웬만한 무서운것은 피해가고자 하는 편이었다. 간혹 그 두려움을 극복하게 만드는 호기심에  영상이나 글들을 봤다가 몇날 몇일을 밤에 혼자있지도 못했던 날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99"가 나에게 왔다. 넘겨보는 족족 꿈에나올까 겁이 날정도로 끔찍한 사진들로 도배되어 있는 책을 보고 한동안 뒤적여볼 엄두조차도 나지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책을 조심스레 펼쳐보았다. 총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들의 제목은 모두 "인간"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상대성 인간, 인간인간인간, 반딧불이 인간, 웨딩 인간, 끈적 인간, 아몬드 인간, 알바트로스 인간, 이렇게 7편의 이야기들이다. 책 속 주인공의 이름이 사진작가 강영호님과 똑같아서 약간의 혼란을 겪었다. 내용을 읽기 전까진 말이다. 상상사진관의 주인 강영호는 드라큘라의 성을 짓기위해 홈페이지 내부 게시판에 9가지 조건을 나열하고 공고를 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7편의 단편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인간인간인간"이었다. 어느 단편들보다 섬뜻한 사진들(정말 볼때마다 심장이 오그라드는것 같았다)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 수 밖에 없었던 현실에 기묘하면서도 러브라인이 그려지는 내용이 내 흥미를 잡아끌었다. 

용기내어 책을 읽고 난 지금 다시 저 책을 뒤적여 볼 수 있을까란 의문이 생긴다. 섬뜻한 사진들은 아직도,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영상들이다. 조금 독특한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들의 흥미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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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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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프랑수아즈 사강
19세의 어린나이로 <슬픔이여, 안녕>이란 작품을 파리의 어느 카페에서 일주일만에 완성한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처녀작인<슬픔이여 , 안녕>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지만 정작 그녀는 왜 그토록 그 작품이 주목받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19세 소녀가 쓴 작품이라고 믿지 않던 사람들의 의혹을 두번째 작품을 통해 프랑수아즈 사강은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린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향년69세의 나이로 프랑스 북부 항구 도시 옹플레르의 병원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49세의 나이로 첫 에세이에 도전한 그녀는 작가로서도 성공했지만 많은 스캔들을 불러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녀의 사생활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데에는 금지된쾌락 도박, 마약과 한번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하는 스피드에 대한 사랑, 그리고 두 번의 이혼이라는 경력때문이 아니었을까? 최근 금지된 쾌락의 도를 넘은 골프황제 타이거우즈가 떠오른다. 우연한 사고로 그의 불륜스캔들이 불거져나왔고 한두명이 아닌 십수명의 내연녀들이 나타나면서 그의 명성이 추락했다. 이들처럼 대중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던 프랑수아즈 사강인만큼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은 늘 이슈가 되었다.

첫 에세이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에서 그녀는 재즈 보컬리스트 빌리 홀리데이를 만나 그녀의 목소리에 흠뻑 취해있었던 날들과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지만 동성연애자로 비난의 시선을 받은 테네시 윌리엄스와의 만남, 배우이자 영화감독이었던 오손 웰스라는 현실과 타협하지 못했던 사람과의 만남도, 춤을 위해 러시아에서 망명한 루돌프 누레예프, 말년에 시력을 잃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 장 폴 사라트르와의 만남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사람들과의 추억이외에도 자신의 삶의 일부였던 도박, 스피드, 연극, 생드로페, 독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프랑수아즈 사강에 대해 알지 못했다. 언뜻보기엔 남자라고 생각되어질만큼 미소년적인 이미지를 풍기고 있는 짧은 숏커트는 그녀에게 너무 잘 어울린다. 사진을 통해 본 프랑수아즈 사강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도 그녀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다간 사람인듯 싶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에세이를 통해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이번엔 19세에 썼다는 그녀의 처녀작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책도 읽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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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쪽지 - 여섯 살 소녀 엘레나가 남기고 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키스 & 브룩 데저리크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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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아빠, 그레이시 사랑해"

책을 읽기전 보통 내용이 무엇인지 대충은 알고 펼쳐들게 된다. 이 책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만큼 대충의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가슴아프기도 하고 책을 차마 펼쳐들기가 겁나기도 했다. 아이가 단순한 감기로 고열에 시달리기만 해도 부모된 마음으로 가슴이 아리고 대신 아파줄 수 없는 현실을 원망하게 마련인데 엘레나의 부모마음은 어땠을까? 상상 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이였을걸로 짐작한다. 

어느날 예고없이 엘레나에게 암이 찾아왔다. 암은 엘레나의 평범하던 생활을 잠식해왔다. 손을 사용할 수 없었고 다리를 질질끌게되었으며 말을 할 수도 음식을 잘 삼킬 수도 없었다. 엘레나의 부모가 이 일기를 쓰게된 이유는 그레이시를 위해서였다. 자신이 살아하던 언니의  흔적을 어린 그레이시가 영원히 간직할 수 있게 쓴 이 일기를 친지. 친구들과의 소통을 위해 인터넷에올린것이 발단이 되어 세간의 많은 관심을받게 되었다. 그리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엘레나의 이야기와 그 동생에게 전하는 그들의 메시지를 지켜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드물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예정된 죽음앞에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들....엘레나가 그러했다. 의사는 엘레나의 암을 발견한 후 135일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엘레나는 256일을 사랑하는 가족곁에 머물다 세상을 떠났다. 엘레나의 부모가 그레이시를 위해 쓴 일이인 만큼 엘레나의 병에 대한 내용은 많이 나와있지 않다. 엘레나의 종양은 크진 않지만 뇌간 부위에 숨어있어서 그 예후가 좋지 않다는것, 그리고 엘레나의 종양은 비정상적이라는것....의사가 135일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듣자 엘레나의 부모는 엘레나와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했다. 그토록 원하던 잠도 더이상 오지 않았다. 이들이 병을 알고 가장 먼저 한것은 하고 싶은 일을 정하는 것이었다. 엘레나가 원하는건 뭐든지 들어주리라 마음 먹었다. 그렇게 엘레나와 가족들은 한계를 뛰어넘으며 조심스럽게 아이와 약속한 것들을 행동으로 옮겼다. 디즈니랜드를 가고, 돌고래와 수영을 하기도 하고, 에펠탑(파리의 에펠탑이 아닌 )에 올라가는 등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경험했다. 

일기를 통해 엘레나와 나머지 가족들이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냈으며 잊을 수 없는 나날들을 보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있었다. 증세가 나빠지는듯 하다가 거짓말처럼 좋아지기를 4번을 거친 후 엘레나는 더이상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엘레나가 더이상은 전과 같지 않을꺼란걸 부모들은 직감할 수있었고 그레이시에게 언니가 곧 죽을 꺼라고, 천사가 되어 하늘나라로 갈꺼라고 알려주었다. 그날밤 엘레나의 양옆을 아빠와 엄마가 지켜주었고, 엘레나는 영원히 잠들었다. 엘레나는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데 참 힘들었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종교에서 말하듯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연장이라는 말을하듯 엘레나는 언제나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엘레나의 부모가 느꼈듯이 나 역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흘러넘친다고 생각하는 이 시간들이 정말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하루이고 우리는 그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책 뒤쪽에 조그만한 수첩이 달려있다. <내 아이에게 사랑을 전하는 50가지 방법>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수첩을 열면 50가지 목록이 빼곡히 적혀있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다음에 다음에....란 말로 미뤄뒀었는데 오늘, 현재를 더욱 충실하게 아이들과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은 추억들을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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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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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그녀를 보았다. 지방의 한 요양원에서 똑같은 시간 전화기 앞에서 뚫어져라 전화기를 쳐다 보던 그녀.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웬지 기분좋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는 30대 수학강사였다. 어느날부터인가  수업을 하는 도중 잠깐씩 기억의 일부를 일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 건망증이 그녀의 삶을 앗아간 알츠하이머란 병이었다. 충격이었다. 뇌가 늙어서 생기는 병인줄로만 알았던 알츠하이머가 아직 창창한 나이인 30대에도 발병할 수 있다는게....이렇게 젊은 사람들에게 발병하는 알츠하이머를 "조발성 알츠하이머"라고 부른다.

알츠하이머 하면 기억나는 또 한가지. 지금도 유명한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의 소재 역시 노모가 알츠하이머란 병으로 길을 잃고 가족의 품으로 결국 돌아오지 못한 이야기다. "엄마를 부탁해"의 이야기 전개는 가족들 한명한명이 엄마와의 추억들을 되집어보고 후회하면서 그들의삶을 엿볼 수있었던데 반해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당사자 앨리스를 통해 세상이 비춰지고 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하버드대 신경학 박사라는 독특한 이력의소유자 리사 제노바이다. 누구보다 많은 알츠하이머 환자와 가족들을 만났던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입장에서 누구보다 섬세하게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내가 집에서 길을 잃을 수가 있지? - 195page

앨리스의 가족들은 남부러울 것없는 직업을 가진 상류층의 사람들이었다. 이들 가족을 상류층이라고 한데에는 아마도 알츠하이머란 병이 직업과 부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어느날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는데 경각심을 일깨워 주려는 듯했다.

앨리스는 폐경과 함께 찾아온 건망증을 사소하게 넘겼다. 종종 기억이 사라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그녀는 건망증이란 이름으로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사건이후 병원을 찾게 되고 조발성 알츠하이머란 진단을 받게 된다. 몇해 전 보았던 30대여성의 알츠하이머를 보았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점점 심해져 가는 건망증때문에 나 역시 알츠하이머를 의심했었다.지금까지 건재한걸 보면 단순한 건망증인것 같지만 앨리스의 조발성 알츠하이머 진단이 다시금 그 기억을 되살려냈다. 

                       둥둥 떠있는 우편물, 내 뇌가 고장 났어 - 268page

앨리스가 남편과 세자녀들 앞에서 자신의 병명을 공표했을때 그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알츠하이머란 병은 환자자신뿐 아니라 가족들의 추억까지 야금야금 갉아먹는것 같다. 처음엔 그 병을 이겨보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엔 환자도 가족들도 텅비어버린 마음만 남은채 포기하고 마는게 이 병이 아닌가 싶다. 앨리스의 가족들은 그녀의 병에 대한 걱정보다 자신의 입장을 먼저 생각한듯 했다. 가족이라면 그러지 못할 것 같은데 솔직히 나 였어도 주위에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다면 어떻게 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우려와달리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뭉친다. 

너무나 적나라한 알츠하이머란 병 앞에 단점이라면 두려움이 생겼다는것과 장점으로는 알츠하이머를 겪고 있는 환자의 고통과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는 데 있다. 내 주위에서 이 병명을 가진 사람들이 없길 바라지만 운명의 신이 그 병을 만들어 내신다면 이 책을 읽기전보다는 알츠하이머 환자를 바라보는 눈이 많이 틀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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