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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 사육 외 2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21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승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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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를 읽고...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해 좌절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흑흑)...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이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대작가의 작품은 끝내 즐길 수 없을 거야, 라는 위축 때문에 말이지요. 그런데 아아. 어쩜... 이럴 거였으면 이 책을 먼저 만나게 해주지 그랬어, 대상 없는 원망을 던졌습니다. 읽는 내내 그랬어요. 


오에 겐자부로의 단편을 시기로 묶은 멋진 이 책은 그 자체로 훌륭한 오에 겐자부로라는 한 사람을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초기 단편의 주인공들과 중기, 후기 작품들의 주인공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읽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지요. 그만큼 주인공을 둘러싼 세상도 넓어지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년들과 대사를 만나는 성년은 한 작가 안에서 어떻게 모습을 바꾸며 고민을 거듭했는지 지켜볼 수 있어요. 


다만 저는 초기 단편들이 너무나, 지나치게 좋았습니다. 


<기묘한 아르바이트>가 특히 그랬고요. <사육>도 그렇죠. <남의 다리>는 물론이고... 

특유의 희망없음, 혹은 희망하지 않음에 집착하는 젊은 시절의 오에 겐자부로를 상상하게 하는 멋진 단편들입니다. 


언제나 이런 데 조금만 깊숙이 개입하다 보면 뭔가가 꼬인다. 설득할 수는 없다. 특히 이런 종류의 남자를 이해시키기란 매우 어령ㄴ 일이다. 게다가 남자를 이해시킨다고 무슨 득이 있을 것인가. 이런 남자를 설득하기 위해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도록 토론을 한다 해도 나는 나 자신에게 바로 돌아올 뿐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심하게 애매하고, 우선 자신을 설득해야 하는 귀찮은 일이 방치되어 있음을 깨닫고, 어쩌지 못하는 만성 소화불량 같은 감정에 빠지고 만다. 손해 보는 쪽은 언제나 나다. (<사자의 잘난 척>, 57~58쪽)

(다른 작품을 기껏 꼽아놓고 또 다른 작품을 인용하는 건 왜...)

만일 이 작품들이 발표된 시기를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상상을 하며 책을 읽었어요. 정말 뒤늦은, 안타깝고 짜릿한 상상입니다. 


저처럼 헤매지 말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시작으로 오에 겐자부로를 만끽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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