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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책을 한 번 읽고 뭐라 적는다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한 짓인지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책이 그렇겠지요. 하지만 이 책은 유독 그 정도가 심합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고, 참 어렵네요. 읽은 후 (주절거린다 하더라도)금방 책에 대해 쓰던 것과는 다릅니다. 미처 소화하지 못한 음식을 배설하기 어려운 것과 비교해도 괜찮을까요. 토해내는 심정으로, 몇 자 적어봅니다.
생각해봤습니다. 어째서 어려울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서술 방식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의 행동과 사유의 흐름은 도무지 속시원하게 이야기해주는 법이 없고, 다만 주변인물들의 입이나 혹은 오고 간 편지(이메일)로 짐작할 뿐이니까요. 작가가 일부러 애쓰고 공들여 독자의 독법을 방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정도로 난감한 서술방식이라 꾸역꾸역 다 읽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리송한 부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평생에 걸쳐 생각한 아들,
장애가 있는 아들과의 관계가 흔들리는 아버지,
강간과 강제 낙태의 경험을 가진 여자,
억압적인 국가와 남성 세계에 대해 반기를 들며 미세한 균열을 내려는 한 인간,
모두가 제각각의 이유로 작품 안에서 서로의 존재를 드러내고 영향 받습니다.
이 모두는 '익사'하거나 익사하지 않기 위해, 혹은 익사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문제적 개인들이죠.
그들의 태도도, 방법도, 이유도 모두 다르지만 그 모습들이 모두 진지하고 단호하기 때문에 소설은 아주 무겁고도 힘이 있습니다.
그래도, 어려워요. 흠.
다만 한 가지 위로 받는 것은, 독서가 어려웠던 사람이 나뿐 아니라는 사실에 있지 않을까, 요...
이 작품에 대한 줄거리나 주요한 흐름에 대해서라면 책에 함께 수록된 번역자이자 일문학자 박유하 교수의 해설을 읽으면 충분할 것입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를 안다면,
일본의 상황, 그 중에서도 전후 사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훨씬 풍성한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그 후에야 이 반쪽짜리 리뷰도 제대로 다시 쓰이겠지요.
추천하기 힘들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들과 꼭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숙제 같은 책이에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