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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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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는 존재를 압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인간이 개인의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 (직장을 비롯한)사회가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지요. 우리가 대통령 한 명을 뽑는데 이토록 거대한 에너지를 쏟아 붓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다, 그런 생각을 잠시 합니다. 개개인의 인권과 삶이 아무리 중요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소리 높이 외쳐도 결국 구조 안에서 자리 잡지 못하면 터무니없이 하찮아지는 거죠. 한 인간이라는 것은.


인권 신장의 역사에 대한 신념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조에 대한 예찬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슬프디 슬프도록, 지겹디 지겹도록 이런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대한 구조 앞에 놓은 개인들의 처연한 삶이란. 


책은 바로 그것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동물원에 있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 구실 같은 건 안 해도 돼. 솔직히 이 나라에서 사람 구실 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 난 거의 없다고 봐. 하지만 동물원은 달라. 사람 구실은 못하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동물원이야. 웃기지? -214쪽



요즘을 사는 우리들에게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좀 지루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을 하기에 삶은 너무나 빠르고 바쁘거든요. 궁극적인 질문, '나는 누구인가'도 10분 이상 고민하기 힘들지 않습니까? 사람답게 사는 것을 누군가는 '인간세상 역시 약육강식'이라고 설파하겠고요, 또 누군가는 '죽지 못해 사는 거'라고 자조할 수도 있겠지요. 저는, 아직도 고민 중입니다. 


작가는 중소기업에서 정리해고 당한 김영수(그 이름도 흔한 김영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지독한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범하게 직장 다니면서,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면서, 평범하게 아빠노릇, 자식노릇, 남편노릇 하면서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요. 김영수 씨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사람답게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9급 공무원이 되면 사람답게 살겠지, 돈을 많이 벌면 사람답게 살겠지, 동물로 살면 사람답게 살겠지. 


슬프고 화나는 이유는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삶이 대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도, 경쟁기업을 이기기 위해 음모를 꾸미지도, 남의 것을 모두 빼앗으려고 욕심 부리지도 않아요. 그저 이 사회에 두 발 딛고 설 수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구조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고 편안하게 보호 받으며 사는 게 그리도 어려운 일이었던가요? 출발점이 다른 불공평한 달리기 시합에서 아무리 발바닥에 땀나게 달린다한들 제트기 타고 날아가는 사람을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겠어요? 누가 감히 그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우울한 질문을 우울하지 않게 풀어내는 건 이 소설의 장점입니다. 쉽지 않은 질문을 쉽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괴롭다가도 잔잔하게 미소 짓게 하는 것도 이 소설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탈을 뒤집어쓰고 동물 흉내를 내지 않고도, 

인간 세상이 싫어 동물로 살겠다고 머나먼 곳으로 떠나지 않고도, 

인형 눈을 붙이다가 본드를 불지 않고도, 


얼마든지 잠시 쉬었다 갈 수 있고, 얼마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유연한 구조의 사회를 꿈꿉니다. 이 상식적인 생각이 비상식이 되어 버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절벽 너머로 뛸까 말까 망설이는 초식동물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뛰면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 뛰면 서서히 죽는다. 차이는 그것뿐이었다. -68쪽


업무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 무대 같은 게 아니었다. / "궁금해서 물어봤어. 이런 건 신참들이 잘 알거든. 그나저나 고릴라가 가슴을 치는 게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였군, 그래." -116쪽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왔다. (...)그래서 인간으로 남고 싶었다. -183쪽


사람 구실 하겠다고 사람답게 사는 걸 포기한 나였어. 그러고 보면 사는 게 참 코미디지 싶어.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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