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알렉스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미루고 또 미루다가 이제야 서둘러 책을 끝냈습니다. 해는 져버린 지 오래고 집에는 아직 혼자 있습니다. 저는 지금, 마음이 아주 으스스합니다. 방마다 불을 다 켜고 말았습니다. 

저, 추리소설 아주 좋아하고 잔혹한 작품도 꽤 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으스스한 기분은 처음이네요.(이게 마감에 대한 초조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렉스>에 집중하며 왜 그런가, 곰곰이 따져보려 합니다. 


무엇보다 <알렉스>가 인상적인 것은 세밀한 장면 묘사입니다. 특히 쥐 장면! 많은 분들이 읽기 힘드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주 괴로웠습니다. 작가가 납치당한 여자의 심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주 공들인 장치로 보여요. 비대하고 징그러운 쥐가 호시탐탐 나를 노린다... 아주 끔찍하죠. 조지 오웰의 <1984>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이 외에도 살해 장면, 파리 시내 장면 등 <알렉스>는 전체적으로 영상적인 소설이에요. 책의 두께도 두께거니와 지나치게 섬세한 심리 묘사가 힘든 분들에게는 언젠가 개봉될(희망사항입니다. 오해 마시길.) 영화를 기다려도 좋겠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이렇게 으스스한가 봅니다. 아이고...


<알렉스>라는 흥미로운 작품의 핵심은 아마도 여기에 있지 않나 합니다. 

'중요한 건 의도'라는 알렉스의 말. 


그 누구라도 지금 이 순간 실제로 무엇을 느끼고 있을지에 관해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려나 상관없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중요한 건 의도이니까. -366쪽


줄거리로 아시겠지만 주인공이자 책의 제목을 장식하는 '알렉스'는 소설 시작과 더불어 납치를 당합니다. 대부분은 피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게 마련이기 때문에 그녀를 납치한 남자에 집중하고 그를 괴물로 상상하기 쉽죠. 실제로 좀 괴물 같아요. 납치한 여자를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새장에 가둬 알 수 없는 곳에 매달아 놓으니 말이죠. 그러면서 보이는 반응도 아주 단순해요. 

하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주인공은 이 남자가 아니라 '알렉스'라는 점입니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건 '알렉스의 의도'입니다. 


납치범은 경찰에 쫓기다가 자살하고, 극적으로 새장에서 탈출한 여자는 다시 연쇄 살인을 저지릅니다. 알렉스는 왜 그토록 지독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걸까요? 그녀의 잔혹함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요?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복잡하게 얽힌 등장인물들을 지켜봐야 비로소 알렉스의 의도를 차츰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의도를 갖는다는 것은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옳은 방향이든 틀린 방향이든 삶을 지탱하는 엄청난 힘입니다. 모든 영화와 소설의 주인공들이 가진 것이 의도고요.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도 의도죠. 의도를 통해 '진실'과 '정의' 사이에 좌표를 찍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실패한 것 같던 주인공의 삶이 복수의 칼날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 주인공의 명확한 의도 덕분에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희열이지요. 이 소설엔 그 '의도'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의도는 소설 말미에 가서야 겨우 모습을 비칩니다. 아주 설득력 있고 강력한 반전이기 때문에 비밀로 묻어 두고 싶네요. 

하지만 제가 <알렉스>를 문제적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또한 이 부분에 있습니다. 다른 방향에서 결말을 읽으면 새로운 의미가 나타나요. 이 소설을 닫힌 결말로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전 좀 다르게 읽었습니다. 그물망 같은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큰 물고기는 꽤 잡았지만 작은 물고기들이 빠져나가는 그물이요. 

그것이 정말 그녀의 의도였을까요? 아니면 경찰이 본 것 그대로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알렉스>는 단순한 납치범과 연쇄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선, 악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이잖아요. 절대 나쁜 사람도, 무조건 착한 사람도 없으니까요. 그 점을 정확히 짚어줬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설입니다. 


이자를 죽도록 증오한다. 실제로 그는 이자를 죽이고 싶다. 이자를 언젠가 죽이고야 말 것 같다. 그는 몇 주 전 예심판사 비다르에 대해 이런 살의를 품은 적이 있다. 그는 자기 자신을 향해 이렇게 중얼거린다. 우연히 여기 끼지 않은 것일 뿐, 너는 잠재적인 살인자야. -486쪽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단연 빛나는 인물로 아르망을 꼽고 싶습니다. 좀도둑 형사라니. 소리 없는 아우성입니까? 찬란한 슬픔의 봄이에요? 캐릭터 강한 조연으로 등장한 아르망이지만 제게는 가장 소중한 캐릭터입니다. 아르망이 보여주는 사소한 인간의 역설이야말로 우리 삶의 또렷한 진실 아니겠냐,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인간을 어떻게 한 가지 모습으로 설명할 수 있겠어요. 우리 모두는 양극단의 어떤 것을 다 지닌 채 사는 불완전한 인간입니다. 



그녀는 팔뚝으로 몸을 가려보지만, 이 순간, 자기가 모든 것을 잃었으며, 이런 상실감이 언제까지도 아물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그녀의 이 참담한 몰락은 절대적이다. 되도록 빨리 옷을 벗어던지면서 그녀는 무엇이든 응하고 말았으며, 모든 요구에 "네"라고 답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녀는 방금 전에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52쪽


그녀는 이제 울지도 못한다. 그저 오들오들 떨 뿐이다. 그러면서 해방처럼 죽음을 생각한다. -154쪽


모든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용기를 되찾기 위해 그녀는 그 말을 자꾸만 주절거린다. -363쪽




아 참, 

이 책이 재미있었다면 소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강력 추천합니다. 저는 신혼여행에 가져가서 다 읽고 말았답니다. 하하핫.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