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병호의 내공 - 뿌리 깊은 나무처럼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내공은 무협소설이나 무협영화에 주로 등장했다. 즉 그것은 특수한 상황에만 통용되던 단어였다. 그러나 이제 내공이라는 말은 비교적 일반적인 말이 되었다.우리는 한 연기자의 연기를 보고 '연기 내공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물론 무협지에서 등장하는 내공과 예를 든 내공의 정의가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내공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내공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사전에 등재된 말은 아니다. 아직 학계에서는 그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무협지에서 사용되는 대로 간략히 정리하면 '몸 속에 흐르는 기' 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확히 말한다면 좀 더 길어지고, 복잡 해질 것이다. 어쨌든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내공은 어떠한 것을 충분히 혹은 남들보다 뛰어나게 발휘하게 하는 원천, 그것을 돕는 경험이나 지식, 정보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제 내공은 도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갖을 수 있는 무엇이 되었다. 따라서 내공을 쌓으면 자신의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내공인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공병호의 내공'
이 책에서 저자는 전문가와 내공인을 다르게 분류한다. 전자가 한 분야를 상, 중, 하로 나누었을 때 상급을 차지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그 상급 위를 차지하는 이를테면 특상급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소수가 되는 것이라면 내공인은 그 소수 중에서도 또 소수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내공인의 특성과 그것이 되는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왜 전문가가 아니라 내공인이 되어야 하는지 조리 있게 설득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갈 것을 독려한다.
전문가가 되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 위에 있는 내공인이 되는 것은 더 어렵다. 많은 이들이 전문가의 문턱에도 못 미치고, 자신의 직무를 내려놓는데 그보다 더 되기 힘든 내공인으로 까지 나아갈 필요가 있을까? 전문가만 되도 충분한 보상과 명예가 따르는데 굳이 내공인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사람은 목표를 높게 잡으라고 했다. 목표를 낮게 잡으면 그것을 잡지 못했을 경우 목표보다 더 낮은 곳에 머무른다. 하지만 목표를 높게 잡고, 그것을 잡지 못하면 낮은 목표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머문다. 즉 목표의 높이에 따라 달성 결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자신의 목표를 내공인에 두었을 경우 설령 그것에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얻는 것이 많다.
내공인이 되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이 튼튼해야 한다. 그것은 단기간에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시간과 지속적인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내공인이 되기 위한 기초가 마련된다. 단지 기초만 튼튼하다고 내공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튼튼한 기초를 바탕으로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과 지식, 예리한 감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목표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의욕을 유지해야 한다. 적절한 긴장감을 갖고 있어야 그것들이 유지된다. 이러한 요소들과 그 외의 여러 요소들이 조화를 이룰 때 내공인이 될 수 있다. 내공인은 분명 스스로 되는 것이다. 물론 적절한 행운도 따라야 하지만 행운도 보는 눈과 잡을 수 있는 손이 없다면 잡을 수 없다. 그렇기에 내공인은 자신의 습관과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의 목표는 내공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 있는 곳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머무는 것이 나의 목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내공인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부와 명예를 거두고 싶은 마음에서가 아니라 이왕 세상에 난 김에 세상에 나의 족적을 깊게 남겨 나의 존재성을 알리고, 그것으로부터 찾고 싶다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 때문이다. 단순한 동물로서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먹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 목적, 삶의 이유를 찾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을 좀 더 높은 곳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내공인이 된다면 그것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물론 저자는 내공인이 되어야 할 이유를 다르게 주장하지만 각자의 이유는 다르니까 나름의 이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시작점에서 남들보다 조금 더 지나쳤지만 결승점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여 내공을 쌓아간다면 나도 내공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승자가 웃는 것이 아니라, 웃는 자가 승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