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37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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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중에 하나인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의 '우리들'은 다른 두 디스토피아 소설인 '1984', '멋진 신세계'에 비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뚜렷하고 일관성 있는 에피소드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일기 형식으로 기록된, 파편적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한 특징에 따라 본 소설은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인물들의 익명성과 비인격화에 있다. 주인공은 D-503, 그 외에 0, I-330 등 등장인물들은 하나 같이 기호화된 이름 아닌 이름을 가지고 있다. 즉 비인격화된 실체로 인물들이 존재한다. 제목인 '우리들'에서 암시하는 바와 같이 개인의 개성과 특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알 수 없다.

 다른 특징으로는 모든 집이 유리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즉 감시가 용이하다. 안을 들여다 볼 수 없게 커튼을 드리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시간이다. 이마저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사람과만 가능하기에 자유란 없다. 이처럼 개인성이 상실되고, 철저히 통제가 되는 '단일독재' 사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본소설은 모든 면에서 부자연스럽다. 단지 '우리들'만 존재할 뿐 개인으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체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존재론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우리'로서 존재하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이 희생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그들'. '나'의 '나'됨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 사회에서 나라면, 우리라면 과연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러한 사회에서 '나'를 '나'로 인식하며 살 수 있을까? 본 소설이 보여주는 개인성의 상실과 익명성, 그리고 '나'가 아닌 '우리'의 강요는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개성이 강조되고, '우리'보다 '나'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 소설 '우리들'과 참으로 대조적이다. '나'에 대한 인식은 커져만 가지만 '우리들'에 대한 인식은 자꾸만 작아져 가는 이 사회에서 '우리'를 생각하며 돌아 볼 필요가 있다. '나'의 편의와 이익만을 추구 할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와 이해가 절실하다. 소설 '우리들'과는 정반대로 무한한 자유 가운데에 놓여 있는 우리는 개성을 조금 희생하고, '우리'를 위한 스스로에 대한 제약이 어느 정도 필요할 듯 싶다. 왜냐하면 '나'로서의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서만 '나'라는 존재의 존립이 가능하다. '나'만 존재한다면 개성과 자유 또한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있기에, '우리'라는 비교 대상과 기준이 있기에 나의 개성과 자유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나'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위해 '우리'를 유지하고, 지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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