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귀스타브 도레 그림,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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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군 전쟁은 기독교사에서 치욕으로 기억될 만한 역사이다. 200년 이상(1096년 ~ 1270년)의 기간 동안 총 8차에 걸쳐 이루어진 이 전쟁은 성도(聖都) 예루살렘을 탈환하겠다는 신앙적 의지로 발생하였다. 그 결과 잔혹한 살육과 되새길 만한 무훈(武勳) 등 각종 비난과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비록 십자군에 의해 수많은 인명이 무고한 희생을 당하였고, 또 십자군의 큰 희생이 있었지만 유럽의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 된 전쟁이었다. 이 전쟁을 통해 이탈리아의 해양 도시들은 중근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무역 확장 및 독점으로 부를 획득하게 되었고, 이것은 훗날 르네상스의 토대가 된다. 서유럽은 십자군 전쟁 중에 이슬람과 비잔티움에서 약탈한 물건들로 역사, 문화적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 전쟁은 기독교와 이슬람이 서로를 적대시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유럽에 있어서는 어떠한 면에서 많은 득을 본 전쟁이라 할 수 있다.

 '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

 본서는 '로마인 이야기' 등으로 국내 외에 널리 알려진 일본의 시오노 나나미의 새 역사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정확하게는 전 4권으로 기획된 '십자군 이야기'의 서막에 해당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글이 아닌 삽화를 통해 십자군의 전 역사를 간략히 더듬어 본다. 물론 그림만 있는 것은 아니고, 그림에 대한 짤막한 해설이 그림의 이해를 돕는다.
 본서에 삽입된 그림은 19세기 프랑스의 화가이자 삽화가인 귀스타브 도레(1832. 1. 6 ~ 1883. 1. 23)의 대형 판본이다. 살아있는 듯한 약 200여 장의 그의 삽화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해를 높인다. 아쉬움이 있다면 그림을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기에 설명과 묘사가 없는 이야기와 그림이 있다는 것이다. 그림이 가진 한계(그림 자체의 한계 뿐만 아니라 도레가 일부러 묘사하지 않은 사건이 있다는 사실로 인한 한계 모두를 포함해서) 십자군 전쟁의 구석구석 다룰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림을 통해 십자군 전쟁의 전황을 더욱 생생히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각 그림마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지도도 첨부되어 있어 이해를 한층 높인다.
 시오노 나나미가 제공하는 세 요소의 조화를 통해 독자는 십자군 전쟁의 전말을 쉽고, 빠르고, 생생하게 조망할 수 있다. 이 책이 제공하는 십자군 전쟁의 장대한 파노라마, 그 참혹하고 숨막히는 전장 속으로 한 번 빠져보자.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후 유럽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세계의 중심이 유럽으로 옮겨지는데 시간이 더 걸렸을지도 모른다. 중세의 유럽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분에 있어 암흑이었다. 종교적으로는 무지에서 비롯된 미신과 비이성적인 생각 및 생활 방식들이 기독교 신앙과 혼합되어 여러 부분에 있어 혼란스러웠다. 흑사병이 덥쳤을 때 유럽 전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 할 정도로 사회 기반 시설이 낙후되어 있었다. 문화적으로도 가깝게는 이슬람 세계, 그리고 멀게는 동양에 비해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었다. 그런 유럽이 십자군 전쟁을 통해 많은 부분에 있어 개화(開化) 되었으니 십자군 전쟁은 (비록 교황 우르바누스 2세의 야욕에서 비롯되었으나) 이슬람 세계에는 이가 갈리는 일이었겠지만 서유럽에게는 필연적인 사건일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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