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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성령의 얼굴 - 한국교회 성령운동, 무엇이 문제인가
박영돈 지음 / IVP / 2011년 2월
평점 :
어수선한 이 시대의 분위기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아니면 오순절/은사주의의 영향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현재 성령 운동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전 세계를 덮고 있다. 그에 따라 출처를 알 수 없는 각종 계시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선포되고, 의심 할 만 한 각양 기적들이 성령님의 역사로 둔갑하고 있다.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 세계 여러 곳에서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종교성이 강하고, 이슈와 유행에 무척 민감한 한국에서 그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벌어지고 있지 않나 싶다.
현재 국내에는 각종 은사 집회가 성행하고 있다. 24시간 기도의 집, 주중 치유 집회, 그리고 철마다 열리는 각종 수련회 등 은사 관련 모임들이 전국 여기저기서 넘치고 넘친다. 일견 하나님의 은혜가 이 땅에 가득 부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언뜻 보았을 때 성령님의 역사가 이보다 크고, 광범위하게 일어난 때가 또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참으로 놀랍고,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 각종 집회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은 비성경적일 뿐더러 성경을 넘어서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집회 주도자들은 자신의 생각인지, 진정 하나님이 주신 것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하나님 혹은 예수님이 주신 말씀이라고 선포한다.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한, 의심 할 만 한 기적을 성령님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성도들은 그것들을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있다. 무조건 아멘아멘 하며 열광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현상을 검증 할 아무런 기준과 안내가 없다는 데에 있다.
현재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목회자 및 신학자 등 분별력 있는 이들의 목회적/신학적 차원에서 바른 분별과 안내가 제공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그들이 먼저 나서서 그러한 일들을 추종하고, 지지한다. 신자들의 무분별함은 그렇다 쳐도 식견 있는 이들의 무분별한 모습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드디어 한 권의 좋은 책이 출간 되었다.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
이 책의 저자는 고신대의 박영돈 교수로, 그는 "성령 충만, 실패한 이들을 위한 은혜"라는 저서를 통해 성령론과 관련된 귀한 메시지를 전해준 바 있다. 그는 국내에서 성령론에 관한 이들 중에 견줄 자가 별로 없는 대가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러한 그가 고민 끝에, 2년여의 현장조사 끝에 오늘날 벌어지는 성령 운동에 대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책은 오늘날 한국의 성령 운동의 문제점을 꼬집고, 진단한다. 구체적으로는 토머스 주남 등의 '계시'의 문제, '금니 소동', '토론토 블레싱', '임파테이션', 손기철 장로의 하늘의 터치 즉 '치유', 김우현 감독의 '방언', '성령의 불세례' 등 성령 운동,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종 은사와 관련된 집회와 문제들을 살핀다.
이 책은 현재로써는 은사와 관련된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다룬 유일무이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 성령/은사 운동을 지지하고, 전하는 책은 상당히 많이 출간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비판하는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더욱이 양자 모두를 객관적으로 다룬 책은 아예 없다. - 우리에게 성경이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지식의 한계로 객관성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 이 책은 그 첫 책으로 동시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책이다.
저자인 박영돈 교수는 세계적인 신학자이자 은사중지론자인 리처드 개핀의 제자이다. 박 교수는 비록 은사중지론의 줄기에서 공부를 하였지만 그의 고백에 의하면 그것이 그 자신을 지배하지는 못했다. 확고한 은사중지론자인 개핀의 밑에서 수학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은사중지를 외치지 않는다. 이 책에는 그러한 그의 중도적 입장이 잘 담겨 있다.
박영돈 교수는 이 책에서 상당히 객관적인 입장을 취한다. 먼저 각 장에서 주제와 관련된 성령 운동의 문제를 꼬집는다. 해당 운동의 문제가 무엇인지 매우 날카롭게 지적한다.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것이 어떠한 면에서 성경에서 어긋났고, 그로 인해 발생 할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한다. 여기서 끝내지 않는다. 문제만 늘어놓고, 대안은 제시하지 않는 몰지각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성경적으로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 그가 가장 성경적이라고 생각하는 자세를 알려준다.
박 교수는 오늘날 은사가 중지 됐다고 말하지 않는다. 성령에 의한 치유와 방언 등이 오늘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은사와 관련된 모든 가시적인 현상이 성경적으로 옳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견지에서의 그의 진단과 해결이 과연 은사지속론자들과 은사중지론자, 양자에게 같은 공감과 만족을 줄지는 미지수다. 다른 서평 - http://mall.godpeople.com/?G=9788932812304 이곳을 참조 - 에서 알 수 있듯이 성령 운동의 옹호자들, 은사지속론자들은 그를 성령의 사역에 대해 무지하다고 할 것이다. 반대로 은사중지론자들은 그의 성경 해석을 발목 잡을 것이다. 그러나 양자 모두 박 교수를 쉽게 반박하지는 못할 것이다. - 물론 반박하려면야 얼마든지, 무엇이든 꼬투리를 잡아서 할 수 있겠지만 - 그는 신학자인 동시에 현재 목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이다. 그는 깊은 신학적 지식, 다시 말해서 아무나 쉽게 반박하기 힘든 성령에 대한 성경적 지식과 이해를 갖추고 있다. 더불어 그는 현직 목사로, 목회를 통해 성령님의 역사 곧 은사의 기적을 체험하고 있다. 그는 성령의 사역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나은 객관적 - 어느 한 쪽만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중도에서 - 진단과 대안을 제시 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은사지속론자든 은사중지론자든 박교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양자 모두 본서에 집중하여 자신의 견해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바꿔 말해서 성경으로 돌아가 성경을 다시 철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성경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말씀만 취하지 말고, 자신의 견해에 맞추어 성경을 해석하지 말고 성경 말씀으로 자신의 견해와 주장을 진단하고, 수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계속 자신의 생각만 고집한다면 그것은 성경을 넘어서는 것이 될 것이다. 곧 자신의 생각은 하나의 우상이 될 것이다.
성령 운동, 오늘날의 은사와 관련된 양태를 어떻게 평가하고 해석해야 할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솔리 스크립투라(Sola Scriptura, 오직 성경)를 부르짖지만 사실은 코지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라는 데카르트 식의 자기 본위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 위에 내 생각을 두어 성경을 자신의 생각에 끼워 맞추고 있다. 명제를 성경에 맞추어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서 명제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명제에 맞게 성경을 짜맞춘다. 지금 우리의 모습에 하나님께서 진노하셔도 전혀 이상 할 것이 없다. 성경을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면 오늘의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하니 은사와 관련되어 뜻이 모아지지 않고, 자꾸만 어긋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성경 앞에 자신의 모든 생각을 내려놓으면 문제는 해결 된다. 박 교수가 말한 바와 같이 "자신의 해석을 은밀히 주관하는 전제가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직시해야 하며 그것을 통해 성경을 끊임없이 점검해 보려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 우리는 신학적인 전통이나 경험이라는 전제에 의해 휘둘리기를 거부하고 성경 자체가 무엇이라고 말하는지를 들으려는 진지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리의 한 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체험을 말씀보다 우위에 놓는 것은 이단으로 가는 쳡경"으로 우리는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 이단이 되어 있거나 악의 뿌리가 되어 분열과 싸움과 반목의 중심에 서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