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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로마, 비잔틴제국 - 변화와 혁신의 천 년 역사
이노우에 고이치 지음, 이경덕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로마 제국(Roman Empire)’은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자랑한다. 무려 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이 제국은 지중해는 물론 서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많은 유,무형의 흔적을 남겼다. 이탈리아 반도와 지중해 연안의 매우 넓은 지역을 장악한 로마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로 널리 알려진 것처럼 오늘날에도 이상적인 국가로 묘사 된다.
'로마'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BC 8세기 경 부터 AD 395년 까지 존재했던 ‘로마 제국’을 떠올릴 것이다. 제국이 분열된 뒤 형성된 동,서로마 제국에는 대부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로마 제국 분열 후 ‘서로마 제국(Western Roman Empire)’은 매우 짧은 수명을 유지 했을 뿐이고, 로마 제국의 명맥을 잇는 ‘동로마 제국(Eastern Roman Empire)’은 문화와 지역의 차이로 인해 서구 사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무엇보다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서구 사회의 관심은 온통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유럽의 봉건사회에 쏠려 있었고, 더불어 전 유럽으로 확대 되는 ‘로마카톨릭(Roman Catholic Church)’의 영향력으로 인해 서구 사회의 역사는 특히 서유럽에만 집중 되었다. 그로 인해 서구 사회는 다른 (동)로마 제국에까지 관심을 쏟을 여력도 없었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이것이 오늘에까지 이어져 로마에 대한 제한된 인식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TV나 영화 등에서 대부분 로마 제국만을 그리고 있으니 그러한 인식은 더욱 고착화 될 수밖에 없다.
동로마 제국은 대개 ‘비잔티움 제국(Byzantium Empire)’ 또는 ‘비잔틴 제국(Byzantine Empire, 이하 비잔틴 제국)’으로 불리며 이전에 존재한 로마 제국과는 다른 국가로 인식 되도록 학자들에 의해 분류 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제국이 그리스어로 로마 제국을 의미하는 ‘바실레이아 톤 로마니온(Basileia tōn Rōmaiōn)’ 혹은 ‘임페리움 로마노룸(Imperium Romanorum)’이라고 불린(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명백히 분열 전 로마의 한 갈래라고 할 수 있다. ‘팍스 로마나’로 대표되는 로마 제국, 그 명맥을 잇는 비잔틴 제국은 비록 오늘날에는 별개의 명칭으로 불리곤 하지만 분명 로마 제국의 문화와 정신을 계승하는 ‘로마’이다.
비잔틴 제국은 ‘콘스탄티누스 1세(Constantinus I)’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건설한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로 수도를 옮긴 후 그 기틀이 마련되었다. 그 후 ‘테오도시우스 1세(Theodosius I)’가 사망하고 제국이 동·서로 분열 되자 서로마 제국은 게르만족에 의해 1백년도 안 되어 무너졌지만 비잔틴 제국은 천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이겨냈다.
이 제국은 로마의 정치와 이념, 그리고 종교를 그대로 계승한다. 문화는 그리스권에 위치하여 그것을 기초로 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두 문화와 세력의 완충 역할을 하였다. 비록 로마를 계승하고 있지만 제국의 문화는 그리스의 그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과는 다른 문화적 발전 양상을 보인다.
이상 약술한 비잔틴 제국에 관한 자료는 국내에 그리 많지 않다. 그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비잔틴 제국에 관한 (대중적인) 대표 자료는 아마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의 ‘로마제국 쇠망사(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와 ‘존 줄리어스 노리치(John Julius Norwich)’의 ‘비잔티움 연대기(Byzantium)’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 ‘게오르크 오스트로고르스키(George Alexandrovič Ostrogorsky)’의 ‘비잔티움 제국사(Byzantinische Geschichte 324-1453)’ 등을 들 수 있다. 기번의 책이 비잔틴 제국사를 정체와 후퇴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면 노리치의 책은 하나의 제국으로서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
기번의 책으로 인해 비잔틴 제국에 대한 부정적이고, 왜곡된 인식이 형성 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살아남은 로마, 비잔틴 제국’은 그와는 다른 관점에서 그 역사를 살펴본다. 즉 제국의 천년사를 ‘쇠망’의 역사가 아니라 변화와 혁신의 역사, 독자적인 문명을 가진 새로운 국가로써 조망한다. 즉 이 책은 비잔틴 제국을 ‘흥망사’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살아남은 로마, 비잔틴 제국’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 책은 비잔틴 제국의 역사를 독자적인 문명을 이루어 나가는 하나의 국가로써 기술한다. 로마 제국 못지않은 찬란한 문화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 역사를 생생히 그려낸다. 로마 제국과의 연결 고리를 설명하고, 이후 어떻게 문명이 발전하기 시작 했는지 설명한다. 문명의 꽃을 어떻게 피웠고 간직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쇠퇴해 가는지 역사의 현장을 그린다. 주요 인물(특히 황제)과 사건을 중심으로 기술 되는 비잔틴 제국의 역사는 참으로 아름답고, 장엄하게 느껴진다. 로마 제국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비잔틴 제국에 대한 관심은 특히 적은 우리나라에서 제국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간략히 조망하고자 할 때 참으로 유용 할 책이다. 이 책으로 개관을 잡고, 기번과 노리치의 책을 통해 좀 더 세세히 살펴보면 비잔틴 제국의 역사 전체를 그리는데 큰 부족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