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끄 엘륄 입문 대장간 문고 1
신광은 지음 / 대장간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한 시대의 사상은 전 시대의 사상에 대한 반동으로 탄생한다. 따라서 오늘의 사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이전의 사상도 함께 알아야 한다. 이와 비슷하게 한 사람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모든 작품을 읽는 것은 기본이다. 거기에 그의 자서전과 전기 등을 통해 생애도 살펴봐야 한다. 한 사람의 사상은 그가 살며 겪은 일들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세상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는 자끄 엘륄(Jacques Ellul, 1912-1994)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과 당당히 맞섰다. 세상에 맞서 투쟁 했고,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다방면으로 활동하였다. 그러한 활동을 통해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졌다. 엘륄의 메시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빛을 발한다. 그의 메시지는 생명력을 점점 더하고 있다.



 나는 엘륄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다. 나의 수준이 매우 낮아 그의 사상을 다 이해 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글은 무척 매력이 있었다. 그는 세상에 대한 까막눈인 나에게 빛이 되어 주었다. 그의 급진적인 메시지에 간혹 귀가 시뻘게지며 느낌표와 물음표를 던지곤 했지만 그의 글은 세상을 보는 안목을 확 넓혀 주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다. 이제야 몇 권 읽었을 따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도움이 필요했다.



 엘륄에 관한 책은 총 세 권이 있다. 그 중 내가 읽은 책은 최신간인 '자끄 엘륄 입문'이다.



 '자끄 엘륄 입문'



 이 책은 엘륄의 사상을 다섯 가지 관점에서 살펴본다. 그의 학문 방법론을 시작으로 '돈 vs. 하나님', '기술체계 vs. 자유의 나라', '리바이어던 vs. 그리스도', 마지막으로 '기독교 vs. 'X''를 통해 엘륄의 사상과 주장을 고찰한다. 각각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은 본인의 목표가 아니므로 이 책을 읽은 소감만 짧게 이야기 하고자 한다.



 엘륄의 활동과 연구 분야가 워낙 넓어서 - 무엇보다 본인의 수준이 낮아서 - 그런지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그의 급진적 주장은 내게 많은 물음이 남게 했다. 하지만 '자끄 엘륄 입문'을 읽고, 그동안 이해되지 않던 부분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엘륄의 책을 읽으며 갖게 된 물음의 답도 이 책에 일정량 담겨 있어 조금 해갈이 되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엘륄의 사고의 틀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의 사상 구조와 학문 방법에서부터 그 위에 쌓여있는 커다란 구조물까지 잘 정리해 주고 있다. 그리고 각 층의 구조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엘릴을 이해 할 수 있는 초석을 튼튼히 마련해 준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내용 중간 중간 엘륄의 말을 인용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엘릴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저자의 주관적 해석 - 엘륄의 사상에 대한,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본 세상에 대한 - 인 것 같다는 것이다. '엘륄 입문서'가 아니라 단지 - 엘륄을 참고만 한 - 저자의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는 입문서나 전기 등이 갖는 공통의 문제이자, 당연한 현상이니 큰 마이너스 요인은 아니다. 어쨌든 이 책은 엘륄 입문서로 - 다른 입문서를 읽지 못해서 이 책이 엘륄을 얼마나 잘 분석하고 있는지 가늠 할 수는 없지만 - 매우 유용하다. 이 책을 통해 방대하고 깊은 엘륄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제공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엘륄의 사상은 상당히 급진적이다. 그는 세상과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그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세상과 맞설 것을 주장한다. 그렇다고 대안 없는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맞설 것을 주장하는 동시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도 분명히 제공한다. 무엇보다 그는 확고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여 세상에 대한, 그리고 완성되어 가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책무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세상 가운데서 그리스도인이 어떠한 신념을 갖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가르쳐 준다. 기독교 진리가 외부에서 심하게 공격 받고, 심지어 내부에서 흔들리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그런 그의 선지자적 외침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것은 우리가 그의 주장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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