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열두 명의 현자
윌리엄 글래드스톤 지음, 이영래 옮김 / 황소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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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2012년에 지구가 멸망 할 것이라는 종말론이 한창 화자 되고 있다. 지구 종말론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종말론은 1999년에 있었던, 2000년이 되면 세계가 멸망 할 것이라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따른 종말론이었다. 그로 인해 사이비 종교에서는 사람들이 집단 자살하고, 많은 이들이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는 등 사회 곳곳에 불안이 가득하였다. 그런데 막상 2000년이 되고 보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1999 종말론은 역사에 하나의 해프닝으로 기록 되었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종말론이 완전히 잊혀지는가 싶더니 또 다시 종말론이 대두 되고 있다.

 수학과 천문학, 그리고 점성술 등이 고도로 발달한 고대 마야인들은 달력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들이 만든 달력은 2012년 12월 21일로 끝이 난다. 이것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것은 지구가 그 날에 끝이 나는 것을 예견하는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야의 달력을 바탕으로 2012년 12울 21일에 행성 X 와 태양풍 등의 영향으로 지구가 멸망 할 것이라는 신빙성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2012 : 열두 명의 현자'

 

 이 책은 위에서 이야기한 고대 마야인들의 예언을 바탕으로 한 2012년 지구 멸망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소설로 엮은 것이다. 2012년 12월 21일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책은 그것을 가상으로 설정하고, 그 날을 향해 점차 접근해 나간다. 주인공 맥스의 탄생에서부터 2012년 까지를 배경으로 맥스에게 주어진 운명과 운명의 날을 그리고 있다.

 죽음의 체험을 계기로 맥스의 운명의 여행이 시작된다. 열두 명의 현자들을 찾기 위한 그 여행은 맥스 자신도 모르게 시작되고, 진행 된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여행을 하는 동안 점차 운명의 날과 가까워진다. 그리고 마침내 맥스의 운명의 여행은 2012년 12월 21일에 끝을 맺는다.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열두 명의 현자들은 누구이고, 그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과연 정해진 그 날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소설 속에는 놀라운 결말이 담겨 있다. 이 소설에는 2012년 12월 21일에 벌어질 것이 예상하는 일들보다 더 놀라운 일이 담겨 있다. 독자는 그 놀라운 사건을 향해 맥스와 함께 나아가는 동안 커지는 궁금증과 기대로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읽는 것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의 아쉬운 점은 모든 이야기의 초점이 지나치게 맥스에게만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모든 이야기가 맥스의 직업과 관련된 일에만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스케일이 꽤 큼에도 불구하고, 스팩타클이 떨어진다. 자연 경관이나 사건의 묘사가 좀 더 섬세하고, 다른 상황 가정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 날에 대해 불안에 떠는 군중들을 그리는 등 다른 상황이 더 있었으면 다가오는 2012년에 대한 불안과 궁금증, 긴장이 더욱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섬세함이 떨어지기에 긴장감이 적었다. 또 다른 아쉬움은 대화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맥스의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나 운명의 날을 찾아가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만 계속 나열된다. 인물들의 대화는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벌어질 사건에 대한 불안과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것은 전체 이야기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대화가 상당히 적다. 계속 설명만 이어진다. -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바이고, 스타일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 그로 인해 내용이 꽤 지루했고, 딱딱 했다. 마치 설명문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끝으로 운명의 날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주인공 맥스가 마주치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들이 너무나 뻔하게 예상 되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니다. 단지 필연으로만 느껴져 ‘아차’ 싶은 놀라움을 전혀 맛볼 수 없었다. 내용 구성이 조금 더 치밀했다면 그런 아쉬움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 외에 아쉬움이 더 있지만 각설하고, 이 소설을 읽고 2012년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름대로 그려 보았다. 다른 종말론과 같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이 날까? 아니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날이 오기 전에 답을 알 수는 없지만 소설 속의 한 구절이 가슴에 남는다.

 

 "예언의 실현이란 결국 그것을 믿는 사람들 혹은 믿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주관적인 경험에 달려 있는 것이다." p170.



 

 왜 사람들은 종말론에 열광할까? 왜 그것이 거짓임이 드러나도 사람들은 진실이라 믿을까? 왜 하나의 종말론이 잊혀 지면 또 다른 종말론이 생겨나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할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그러한 이야기를 이용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불안을 조장하여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비하게 한다. 사람들에게 필수품이라는 명목 하에 여러 물건을 판매한다. 그것을 통해 자기 주머니를 채운다. 또 어떤 이들은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럴싸한 근거를 제시하는 책을 쓴다. 그것을 통해 자기 이름을 알린다. 분명한 것은 정말 2012년에 종말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을 통해, 사람들의 불안을 조장하여 파렴치하게 자기 잇속을 챙기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운명의 날이 지나고 나면 두둑한 주머니에 흐뭇해 할 것이고, 그들의 말에 현혹 되었던 사람들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내쉴 것이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다만 근심과 불안이 일소된 것에 만족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불안은 자신도 감지할 수 없는 심연의 깊은 곳에 잠시 되돌려 놓은 것일 뿐이다. 언젠가 누구에 의해 또 다른 종말론이 대두되면 다시 불안해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주머니를 채울 것이다.

 2012년 지구 종말. 과연 사실일까?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게 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할 일은 단 한 가지이다. 오늘에 충실하며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의연하게 맞이하는 것이다.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다. 운명의 날은 언젠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것이 중요하다. 벌벌 떨면서 그것을 맞이 할 것인가? 아니면 당당히 맞이 할 것인가?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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