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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스라엘 2000년의 역사
전호태.장연희 지음 / 소와당 / 2009년 2월
평점 :
지난 해 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침공하여 세계적 이슈가 되었다. 침공의 표면적인 이유는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계속 테러 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테러 한 이유는 자신들 주위에 분리 장벽을 세우는 등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고립시키고 있는 데 대한 일종의 시위였다. 그 문제의 근원은 이스라엘 건국에 있다.
2천년 가까이 나라 없이 세계를 떠돌던 이스라엘이 1948년, 지중해 동쪽에 팔레스타인 지방의 아랍 세계 복판, 자신들의 조상들이 고대에 살던 땅에 나라를 세운다. 그 건국 과정이 상당히 어이가 없으나 어쨌든 마침내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게 되었다. 문제는 자신들이 그 땅에서 (로마에 의해) 살지 못하게 된 시간만큼 오랜 시간을 살아온 정주민이 있었다는 데 있다. 팔레스타인 민족이 그들이다. 이스라엘은 2000년 동안 잘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한 쪽 구석으로 몰고, 급기야 분리 장벽까지 세운다. 하루 아침에 또 다른 떠돌이가 될 판에 팔레스타인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지역은 중동의 화약고라고 불린다. 중동의 정세를 잘 반영하는 말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비롯한 중동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수천 년 역사를 더듬어 가야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골이 매우 깊게 패여 있다. 그 문제의 중심에는 현대에나 고대에나 이스라엘이 있다. 이스라엘 역사를 알면 오늘날 중동의 상황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문제의 중심에 있는 이스라엘의 고대 역사를 잘 정리 해 주고 있다.
중동 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이스라엘 역사를 정리 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독특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대로 정리 했을까 염려가 되었다. 이 책은 두 저자(전호태, 장연희)가 교회에서 사람들과 교제를 나누기 위해 성경을 읽어나가면서 이스라엘의 역사도 알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40회 분량으로 기획된 글이었다. 그런 것이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교회에서 사용하려던 글이기에 성경에 나온 이스라엘의 역사를 따라 이야기가 진행 된다.
이야기는 아브람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이동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등장하기 바로 전, 요한이 메시아 운동을 펼치는 시점에서 끝을 맺는다. 성경의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 되고, 그 사이사이에 매우 흥미로운 중근동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종교 이야기 등이 첨가 되어 있다. 역사의 기본적인 해석은 기독교 신학의 해석을 따르고 있으나 이따금 두 저자만의 시각으로 해석된 부분도 있다. 그것이 신학적 해석과 크게 어긋나지는 아니지만 조금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기에 신학적 해석에 대해 잘 모르는 이는 모든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 할 것을 당부한다. 단점은 그 정도이고, - 사실 그 단점이 기독교에 있어서는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 그 외에는 문제될 부분이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분량의 한계와 저자의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해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하거나 생략된 역사가 상당 부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 책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기에 문제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책은 기독교 신자나 비신자가 고대 이스라엘과 중근동의 역사와 문화를 전체적으로 보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무 하나하나는 볼 수 없지만 숲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하는데는 도움이 된다. 많은 주석과 그림이 삽입되어 있어 읽는 동안 집중력만 잃지 않는다면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도 여느 나라 못지 않게 방대하기에 그것을 한 눈에 다 들여다 보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때문에 나도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비록 이 책을 통해서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볼 수 없었지만 숲을 봤기에 다른 책을 통해 나무를 들여다 보면 될 것이다.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저자들의 조금은 다른 해석이 눈에 띄기도 하였고, 그들의 해석과 설명으로 역사를 넓게 보는 방법을 조금 익힐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은 것은 나에게는 큰 소득이다.
이스라엘만큼 특이한 민족은 없을 것이다. 수천 년을 나라 없이 떠돌아 다닌 사실만으로도 전래를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적 자긍심과 정체성을 결코 잃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이스라엘 민족 외에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똘똘 뭉쳤고, 나라가 없음에도 암암리아 세계를 지배하는 민족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들의 나라를 세워 단번에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 참으로 강하고, 무서운 민족이 아닐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어이가 없는 민족이다. 2천년을 나라 없는 설움을 겪었기에 주권 없는 아픔을 그 누구보다 잘 알텐데 다른 민족을 자신들의 처지와 같게 만들려는 모습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이 민족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자신들과 하나님 외에는 아무도 이해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