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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정치 (양장) - 기독교와 정치에 관한 새로운 비전
짐 월리스 지음, 정성묵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 역사의 중심에는 정치, 종교, 문화가 있어 그것들에 의해 역사가 씌어졌다. 그 중 정치와 종교는 단연 눈에 띈다.
정치와 종교, 이 두 가지는 유사 이래 오늘날까지 주욱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시대에는 정교일치라 하여 한 사람이 정치와 종교를 장악하였다. 또 어느 시대에는 그 두 가지가 분리 되어 각각 다른 사람에 의해 유지 되었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시대에서는 다시 두 가지 양상을 보인다. 종교가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거나 혹은 매우 미미한 수준의 영향력만을 끼치는 것이다. 이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든 보이는 보편적인 양상이다. 그만큼 정치와 종교는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유산이다.
미국은 청교도(16~17세기 영국 및 미국 뉴잉글랜드에서 칼뱅주의의 흐름을 이어받은 프로테스탄트 개혁파를 일컫는 말 - 네이버 백과사전)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이다. 그렇다고 개신교가 미국의 국교는 아니다. 그러나 개신교는 미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종교이다. 미국 ARIS(American Religious Identification Survey)의 2001년도 자료에 의하면 미국 기독교인(천주교인과 개신교인) 수는 전체 미국인 중 약 81.1%에 달한다. 기독교인의 목소리가 얼마나 클지 충분히 예상 된다.
현재 미국의 대통령인 조지 부시(George Walker Bush)는 스스로 하나님에 의해 대통령이 되었다고 고백 했다. 이는 굉장히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다. 게다가 막무가내 전쟁을 일으키면서 전쟁 또한 하나님 말씀에 의한 것이라고 했으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정치적으로 그리고 종교적으로 큰 논쟁이 벌어졌다.
정치와 종교의 대립 혹은 상생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우리나라 17대 대통령이 된 이명박 대통령. 정치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를 살릴, 종교적으로는 장로로서 우리의 정치, 경제를 신앙으로 올바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한껏 품게 하였고, 덕분에 국민들의 막강한 지지를 입고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 그러나 당선된 후 미국의 부시와 쌍을 이룰 정도로 형편없는 지지율을 보인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우리의 이명박 대통령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중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전면에 종교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두 사람 모두 신실한 신앙이라는 광고를 꾸준히 하였고, 덕분에 교회의 큰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둘 모두 지지자들을 실망시키는 정치를 하여 신망을 잃고,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렇게 수많은 논쟁의 중심에 있는 정치와 종교를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하나님의 정치'의 저자 '짐 월리스'는 말한다.
"하나님은 개인적이지만 사적이지는 않다."
크리스천들은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만난다. 그러나 그것이 사적인 만남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각자의 개인적인 만남이 공적 영역으로 옮겨져야 한다.
성경에서 선지자들은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만났다. 그러나 그들은 그 말씀을 들고, 자신의 삶만을 들여다 보지 않았다. 개인적 만남에서 받은 말씀을 공적 자리에 들고 나가 선포하였다. 바로 공익을 위해서다. 모두의 안녕과 평안을 바라는 하나님의 뜻을 전한 것이다. 여기에서 하나님은 사적인 하나님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여기서 하나님의 정치가 드러난다.
하나님은 결코 개인만을 위해 역사하시지 않는다. 개인을 통해, 개인을 이용하여 공익을 위해 역사하신다. 개인적으로 만나 주시지만 모두 공익을 위한 만남이다. 만약 하나님이 사적인 하나님이었다면 하나님은 개인 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은 공의로우시다. 편협하시지 않다. 그런 하나님의 정치는 공익의 정치이다. 월리스는 말한다.
"오로지 사적이기만 한 종교는 개인적 도덕성과 성적 도덕성에만 집착할 뿐 공의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은 망각하는 편협한 종교로 전락한다. 결국 사적 종교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의인으로 칭하는 문화 종교로 전락한다."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또 다른 공통점은 하나님을 사적 영역에 국한시켰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사적 하나님으로 전락시켰다. 개인 신으로 묶어 버렸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만난 하나님 - 하나님을 만나기는 했는지 의심이 간다. 그에 대한 발언이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은 그나마 낫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더더욱 의심이 든다. 그러한 말이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 을 사적인 하나님으로 만들어 버렸다. 처음에는 공적 신앙을 표방하였지만 얼마 후에는 사적 신앙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자신의 입지를 위한 수단으로 신앙을 이용한 것이다. 자신의 정치 영향력 강화를 위해 종교를 이용한 것이다.
"우리가 예언자적 믿음을 공적 영역에 적용하면 '정치적 바람'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는 저자의 말을 두 사람은 실현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믿음을 사적 영역에만 적용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진짜 이슈는 '신앙을 정치에 적용하는 일이 필요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라고 말이다. 두 대통령은 '어떻게 적용할까'를 실패한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정치와 종교의 일치 혹은 분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둘을 어떻게 묶을 것인가', '종교를 정치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이다.
처음에 언급 했듯이 그리고 역사가 증명하듯이 정치와 종교는 결코 뗄레야 뗼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정치는 타락과 부패의 온상지이다. 그것에는 자정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종교는 아무리 타락하고, 부패 할지라도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기에 정치가 혼자 서는 것은 위험하다. 종교가 정치를 돕는답시고 한통속이 되는 것은 더 위험하다. 반드시 종교는 바로 서서 올바로 정치를 도울 때에만 정치의 제기능이 발휘된다. 그럴 때에만 상생이 이루어진다.
혼란한 정국속에 많은 이들이 신음하고 있다. 이왕 종교 대통령이 나온김에 그동안 우왕좌왕하였고, 사익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였다면 이제라도 바로 돌이켜 공익을 위해 올바른 종교관을 세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