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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혈연의 중요성과 혈연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 관계인지, 그리고 혈연에 대한 인간의 집착 등을 잘 나타내 주는 말이다.
'가족'이란 피로 맺어진, 피로 하나가 된 집단 공동체이다. 물론 피로 맺어진 관계란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 사이에 국한되는 말이지 부부는 예외다. 대신 부부는 '사랑'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오묘하며 놀라운, 피보다 더 끈끈한 것으로 연결되어 있다.
'피'도 중요하지만 '사랑'이 없다면 피는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랑이 없다면 피의 관계도 매몰차게 끊어 버리는 게 인간이다.
부부 사이와 마찬가지로 가족은 피 뿐만 아니라,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사랑이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행복한 가정'인지, 아닌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서로 간에 사랑이 있느냐 없느냐이기에 그렇다.
가족 간에 사랑이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헤쳐 나갈 것이다. 기쁨은 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없다면 작은 어려움에도 서로를 불신하고, 미워하여 분열된다. 자신의 기쁨은 고통이 될 것이다.
1980년 대에 눈에 보이지 않게 진행된 핵가족화가 1990년 대를 지나면서 본격화, 가시화 되었다. 조부모, 부모, 미혼의 자녀 이렇게 3대로 구성되던 기존의 가족 체제가 붕괴되고, 부모, 미혼의 자녀만으로 구성된 핵가족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개인주의 및 가정 붕괴 등이 심화 되었다. '우리'라는 공동체 개념이 사라지고, '나' 아니면 '너'라는 단일 구성원 개념이 생겨났다. 서로 간에 사랑과 친밀감이 급격히 줄어들어 가정이 빠르게 해체 되었다. 그로 인해 가정은 순기능 대신 역기능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돈 벌어오는 기계, 어머니는 집 정리 하는 하녀가 되어 버린 현대 가정에서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이 형성 되었다. 얼마 안 되는 식구가 한 밥상에 모여 함께 밥 먹는 시간이 사라진 것은 물론 하루 중 서로의 얼굴을 볼 시간도 얼마되지 않는다. 아침, 저녁에 볼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게다가 대화라는 게 뭔지 개념조차 잊어버린 가정이 많아진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로 인해 가족 간에 친밀감이 사라지니 서로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가고, 그 감정을 잘못된 방법으로 발산하여 자녀의 탈선, 부모의 이혼 등이 발생한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흔히 사랑한다는 것을 꼭 말로 표현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사랑하는 걸 다 아는데 뭣하러 굳이 말로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표현이 없으면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표현하지 않으면 그것을 마음으로 느낄 수 없다. 단지 머리로만 아는 것으로 그칠 뿐이다. 사랑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표현을 해야 한다.
말없는 아버지, 잔소리하는 엄마. 말 안 듣는 자녀. 얼핏 보면 사랑이 결여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사랑한다"는, "사랑해 달라"는 마음속 외침의 왜곡된 외적 표현이다. 자신의 사랑을 표현 할 용기가 없어서 혹은 표현하는 것이 서툴러 대신 어그러진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때문에 서로 오해와 불신을 하게 된다. "엄마는 맨날 잔소리야.", "너는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니?" 라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예전 모습을 돌아보았다.
내가 20살 이전에는 하루 동안 아침을 제외하고 부모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대화 - 라고 하기에 민망 할 정도지만 - 는 "일어나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표현은 하시지 않았지만 우리 두 형제만 바라보고 사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잘 알기에 20살 이후 그러면 안 되겠다 싶어 먼저 대화의 물골을 트기 위해 노력 했다. 그래서 지금은 나름 원활한 대화를 이루고 있다.
접촉과 대화가 없으면 멀어진다. 접촉과 대화가 있더라도 상투적이며 외적인 대화로 그친다면 친밀감은 생기지 않는다. 속깊은 얘기를 해야 한다. 자신의 내면 깊고 깊은 곳에 꼭꼭 감춰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야 진정 친밀해질 수 있다. 친밀감이 더해지면 사랑도 커진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동체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공동체이다. 가정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걷는 것을 배우고, 가정에서 말을 익힌다. 가정에서 사랑을 처음 느끼고, 가정에서 그것을 처음 표현한다. 가정에서 사회성을 처음 얻게 되고, 가정에서 그것을 처음으로 실천한다.
가정은 신이 주신 가장 귀하고, 존엄한 사랑 그 자체이다.
이 책에 대한 짧은 평으로 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책의 내용은 좋았지만 사건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 된 것이 아니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하여 정신이 없었다. 후반에는 그러지 않았지만 등장인물과 대략적인 내용 등을 파악해야 하는 초반에 그랬기 떄문에 집중이 안 되고, 무슨 내용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함이었다면 반은 성공 했고, 반은 실패 했다 말하고 싶다. 그 목적이 아니었다면 다른 이유가 있었다면, 다음 책 - 을 낸다는 전제하에 - 에서도 그럴 것이라면 해당 부분에서 인물이나 사건을 좀더 분명히 해주어 혼란을 줄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