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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 세상을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
데이비드 바사미언.하워드 진 지음, 강주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미국에서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이고, 사회비평가이며 희곡 작가 등으로 유명한 하워드 진과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영어권에 방송되는 얼터너티브 라디오의 진행자 데이비드 바사미언의 대담을 담은 책이다.
미국의 정치와 역사, 예술 등을 주요 골자로 하여 '자본주의의 위기는 구조적 위기다', '예술가들은 사회적 변화를 위한 역할이 있다', '역사는 기억되어야 한다' 등 총 8개의 주제로 세 장소에서 각기 다른 날 이야기 하였다.
내용은 참으로 흥미로웠는데, 두 사람과의 대화에서 하워드 진은 미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 책은 총 8개의 주제로 되어 있는데, 아래에서는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몇 개의 주제와 그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제 2장 '지배계급의 논리에 저항해야 한다'에서는 마틴 루서 킹 2세 등 지배 계급에 저항한 몇몇 인물과 그러한 사례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주요 내용이 우리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킹에 대한 잘 알려지지 않은 몇몇 이야기, 이를테면 그는 사회주의를 꿈꾸었다는 사실 등에 대해서만 흥미가 갔다.
내용상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장의 주제와 관련해서는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지배계급에 저항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저항해야 합니다. 비폭력적으로 저항하더라도 말입니다." 라고만 언급하고 다른 언급은 없다는 것이다. 왜 지배계급에 저항해야 하는지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말이다.
제 4장 '나는 전쟁에 반대한다'에서는 이라크 전쟁과 테러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전쟁과 테러에 대한 이유와 그 결과의 모순에 대해 꼬집는다. 공감 갔던 그의 말 중 몇 가지를 인용하면,
"테러가 그럴듯하게 포장된 정치적 이유로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짓이라면, 아무리 테러를 응징한다는 이유로 미화되더라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천 명을 죽인 행위는 명백한 테러입니다."
"중동에서 침략 전쟁을 벌이느라 무기에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서 어린 학생들을 위한 급식을 지원할 돈은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작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끔찍한 기사였습니다."
미국의 행태에 대한 그의 주장은 한 마디로 실익과 명분 없는 막무가내 행패라는 것이다.
제 6장 '비판적 사고와 의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에서는 그것들이 국민들에게 결여되면 정부에게 어떻게 끌려 다니게 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 준다.
이 책에서 하워드 진은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한결 같이 유지한다. 정부의 잘못된 행태와 꿍꿍이를 과감하고도 정확하게 밝힌다. 누군가가 해야 하지만 하지 않는 것을 그가 대신 한다. 그런 그의 말이 나의 뇌리에 남는다.
"개인의 자유를 향유하고 싶다면 우리를 대신해서 성경을 해석하는 일부 종교 지도자에게 무작정 순종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정말로 생각하는 존재라면 혼자서 성경을 읽고 해석할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우리에게는 성경을 읽고 해석할 권리가 100% 주어져 있지 않기 떄문이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가운데 놓여 있다. 하루에 인터넷에 쏟아지는 정보의 양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것은 우리가 모든 정보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고, 그런 까닭에 우리는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거두어 들인다. 그런데 그렇게 얻는 모든 정보에 대한 진위 여부를 100% 판가름할 수 없다. 알게 모르게 정보의 은폐 및 조작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민감한 정보일 수록 더욱 그렇다.
지난 세기들에서 국민들은 대개 정보 습득자에 불과 했다. 중요한 정보일수록 더욱 그랬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배포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등 기술 문명이 진보한 덕분이다. 그것은 곧 정보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부와 언론이 결탁하면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철저한 정보 조작과 은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새 정부의 첫 과업이 언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건 암묵적으로 기정사실화 되어 있다. 어느 언론은 정부에 동조하고, 또 어느 언론은 반기를 든다. 어쨌든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이다. 언론의 생명은 사실 보도인데 정부의 편에 선다는 것은 그것을 어기겠다는 결심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인터넷의 힘으로 정부와 언론의 결탁을 견재한다. 그것의 단적인 예가 지금은 약간 수그러들었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 뜨거운 감자가 되었던 촛불 집회이다. 그것은 가히 정보 생상자 및 감시자 역할의 생생한 본보기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정부와 언론의 정보 조작 및 은폐에 국민은 맞대응하여 그들의 행태를 힐난하고, 그들만이 힘과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님을 증명하였다.
국민은 정부에 반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호의적이어서도 안 된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입바른 말을 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일정한 거리가 유지해야 바른말을 하기가 쉽다.
정부가 아무리 밉상을 보이더라도 국민은 그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마틴 루터가 애써서 개인에게 준 성경 해석의 권리를 일부 종교 지도자들에게 빼앗겨 다시금 개인의 자유를 향유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순종해야 하는 비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