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골든 슬럼버'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황금졸음', 단어 자체의 뜻은 알겠지만 도대체 진정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

 

 이야기의 구성은 참으로 특이하다. 퍼즐식 구성으로, 1부 '사건의 시작', 2부 '사건의 시청자', 3부 '사건 20년 뒤', 4부 '사건', 5부 '사건 석 달 뒤'로 이어진다.
 1부와 2부는 같은 대형 사건을 목격하는 다른 두 무리의 관점에서 본 이야기, 3부는 그 사건에 대한 훗날의 이야기, 4부는 본론, 마지막 5부는 사건이 종결된 후의 이야기다. 처음 맞는 구성방식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맞는 톡특한 구성이기에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미 2부에서 사건에 대한 윤곽이 밝혀지고, 결말이 맺어진다. 그리고 3부에서는 사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부연 설명을 하여 이미 결말이 난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4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퍼즐이 맞춰지듯 사건의 진실이 하나하나 밝혀진다. 앞의 세 장에서의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설명된다.

 4부에서 주인공인 '아오야기 마사하루'의 뒤를 쫓아가며 2부에서 밝혀진 사건의 전말이 싫은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조작된 사실들이 하나하나 뒤집혀 조금씩 진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상당했다.
 그러나 과거를 회상하는 씬에서는 가끔 지루함이 들었다. 소설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오는 이유는 독자들에게 어떠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인데 굳이 이 내용을 삽입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부분들이 꽤 있었다. 그렇게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한 부분이 있었기에 지루함이 들었다. 그리고 자세히 설명되지 않은 채 은근슬쩍 넘어간 부분도 있었다. 페이지가 상당히 넉넉한데 뭐가 급해서 그냥 지나쳤나 싶은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생겼다.
 가장 큰 아쉬움은 주인공에 대한 결말이 바랐던 대로 이루져 기뻤지만 사건에 대한 진실을 끝내 밝히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독자의 상상에 맡겨 버렸다는 점이다. 일을 상당히 크게 벌려 놓고,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 않은 것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어쨌든 지루한 부분은 4부 초, 중반에 몰려 있고, 그 이후부터는 내용이 나름대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해 책을 계속 붙들게 되었다.



 살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 그때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으면 정말 피말리는 기분이 든다. 아무리 해명하려 해도 "됐어." 라는 반응은 나를 절망케 한다.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주인공인 '마사하루'가 수사관에게 자신은 "범인이 아니다" 라고 부인하는 대목이다. 몇 번이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지만 수사관은 "범인들은 다 자기가 범인이 아니라고 말한다며" 그의 말을 잘라 버린다. 그는 범인이 정말 아닌데 결코 믿지 않는 수사관을 소설속으로 들어가 때려 눕히고 싶은 심정이 들기까지 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소설의 한 대목에 공감이 간다.

 '다수 의견이나 여론, 시청자의 흥미나 취향에 맞지 않는 정보는 내보내지 않는다, 아니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이 매스컴의 속성이다. 그래서 매스컴은 안 된다고 말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매스컴이란, 그리고 보도란 그런 것이다.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내보내는 정보의 취사선택은 한다.' p346
 
 언론의 생명은 사실과 정확성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사실만을 보도한다. 아무리 중요하고, 정보 습득자에게 필요한 내용일지라도 자신의 성격과 필요에 맞지 않으면 보도하지 않는다. 여기서 진실 왜곡이 발생한다. 진실 같지만 사실은 진실이 아닌 것이다. 특히나 윗 선에서 압력이 들어오면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기도 한다.

 한 사람을 다수가 매장시키는 것은 매우 쉽다. 소위 말하는 왕따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집단의 광기는 한 사람에 대한 왜곡을 낳는다. 죄의식 따위는 없다. 이미 목적에 눈이 멀어 도덕이 마비된 까닭이다. 다수에 의한 사실 조작과 술수 앞에 한 사람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진실된 목소리보다 다수의 일치되는 거짓된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보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정보들이 넘쳐난다. 그중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우리는 이미 조작된 정보에 놀아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아니, 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보, 다 믿을만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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