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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리처드 용재 오닐 지음, 조정현 엮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의시가 될거야.". "나는 대통령이 될거야." "나는 선생님이 될거야." ... ...
초등학교 시절 나를 비롯한 나의 친구들은 (반강제에 의해) 모두 한 가지씩 꿈을 갖었다. 세상물정 모르던 그 시절에는 대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을 꿈꿨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위인들의 전기를 읽거나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연히 그들의 삶에 열망하게 되었다. 우리의 초점은 당연히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지금 세대는 우리와 비슷한 면이 있으나 무척 다르다는걸 느낀다.).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용재 오닐의 어릴적 꿈은 농부와 버스기사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삶은 어떠한가? 전혀 생각도 않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누구나 그렇다. 자신의 어릴적 꿈을 이루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그것과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어릴적 꿈은 단지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의 꿈일 뿐, 분명한 비전이 아닌 까닭이다.
용재 오닐의 음악인으로써의 삶은 세상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다섯 살 때 시작된다. 할아버지께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자 할아버지께서 바이올린을 배우는 게 어떠냐고 말씀 하셨다. 그것이 그의 현재 인생의 시발점이다.
그의 가정은 유복하지 않았다. 당연히 음악의 길을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할머니의 전적인 도움으로 그는 그 길을 갈 수 있었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기 떄문에 할머니는 많지 않은 수업료로 손자를 가르쳐 줄 선생님을 찾았다. 그리고 먼 길도 마다 않고 손자를 선생님에게 데려 갔다. 십 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말이다! 그것도 여든의 연세에 하루 6시간 씩이나 운전을 하면서!!! 그 사랑과 은혜를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할머니의 극진한 사랑에 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젊은 이도 장시간 운전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데 여든의 나이에 그 많은 시간을 매일 운전하다니!!! 그 사랑을 어찌 잴 수 있으랴!
이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제나 낯선 만남, 클래식', '클래식이 나에게 준 7가지 추억', '클래식이 당신에게 주는 7가지 선물' 순서로 되어 있다.
1장에서는 음악, 예술, 즉 클래식에 대한 생각들을 삶과 연관지어 이야기 한다. 그리고 2장에서는 클래식을 하게 된 배경과 그것을 하며 얻게 된 귀중한 경험들, 그로부터 느낀 것들을 나눈다. 마지막 3장에서는 클래식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들을 안겨 준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용재 오닐의 삶 속에 나타난 가족과의 관계, 그 안에서의 사랑. 다른 하나는 그의 인생, 음악 - 클래식 - 에 대한 것이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용재 오닐의 삶 속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넉넉하지 못았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느 가족보다 풍성한 유대를 갖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알 수 있다. 가족과 클래식이, 그의 삶과 클래식은 뗄레야 뗄 수 없는 한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책을 읽고난 느낌은 참으로 '감동적이다'는 것이다.
넉넉치 못한 가정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다.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풍부한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용재 오닐은 도전 했고, 꿈을 이루었으며 그것을 더욱 아름답게 다듬어 가고 있다.
그의 가정은 비록 부유하지 않았지만 결코 부족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에서 남들보다 차고 넘쳤다. 용재 오닐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바로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이다. 그것이 그가 오늘에 이른 가장 큰 일등공신이 아닌가 한다. 위에서 말한 노조모의 지고지순한 헌신이 없었다면 그는 오늘의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에게 할머니의 사랑은 매우 각별하고 켤코 잊을 수 없는 것이다. 할머니에 대한 회상을 하는 장면이 더욱 따뜻하고, 아름다우며 감동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다.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독자의 경험과 어우러진다면 배가 될 것이다. 책 제목과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이 책이 감동적이긴 하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 모든 내용이 세 가지 대주제를 중심으로 흐른다. 하지만 각 내용은 서로 시간의 순서나 세 중심 주제를 기반으로 계단처럼 차곡차곡 쌓인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이 산만하다. 이 내용이 나오다 저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각 내용에 몰입할 수는 있어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집중하기가 힘든 구조이다.
용재 오닐의 삶과 꿈을 통해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보았다. 나와 우리 가족과의 관계, 나의 꿈을 말이다. 용재 오닐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하나였다. 그의 꿈이 싹튼 것은 유년의 삶, 가족 안에서였다. 나는 어떠한가? 물론 그와 같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같아야 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그 모두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들을 놓치고 나서 시간이 흐르면 다시 붙잡을 수는 있으나 만회 할 시간은 부족하다. 그래서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시간이 남은 시간을 앞지른 까닭이다. 버린게 주울 것보다 더 많기 때문에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그래도 잡았다면 지난 시간을 교훈 삼아 앞으로의 시간에 충실하면 된다. 잡고 있었다면 더욱 단단히 붙잡으면 된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당장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