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한테만 시인이고 싶지 않아. 나무나 풀, 바위,먼지 앞에서도 시인이고 싶어." - P78
그보다 마음의 정수가 담긴, 알맹이가 튼실한 편지를 써보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침묵과 그림자가 더 큰 편지는 어쩌면 시에 가까운 글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P74
여덟 살 꼬맹이가제 앞에서 ‘수박‘이란 제목으로 동시를 쓰던 순간을 기억해요. "빨간 집 속에서 까만 사람들이 외친다. 불이야! 불이야!"저는 이 놀라운 문장을 지금도 외고 있습니다. 감탄한저를 뒤로하고 아이는 씨익 웃을 뿐 다음 문장을 써 내려가더군요. 아이들은 생각이 발랄하고 도무지 진부함을 모른채 창의적입니다. 세상 모든 게 다 눈부신 ‘새것‘으로 보이기 때문일까요? 그들의 목소리는 별 뜻도 없이 시적입니다. - P18
쓸 때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된다.내가 아니면서 온통 나인 것, 온통 나이면서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나인 것.쓸 때 나는 기분이 전부인 상태가 된다.현실에서 만질 수 없는 ‘나’들을 모아 종이 위에 심어두는 기분.심어둔 ‘나‘는 공기와 흙, 당신의 눈길을 받고 자랄 것이다.내가 나 아닌 곳에서 자라다니! - P8
그것은 내 어린 시절의, 고양이에 얽힌 또 하나의 인상적인 추억이다. 그리고 그 추억은 아직 어린 내게 생생한 교훈을 남겨주었다. ‘내려가기는 올라가기보다 훨씬 어렵다‘ 하는 것이다. 보다 일반화하면 이렇게 된다ㅡ결과는 원인을 꿀꺽 삼켜 무력화한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는 고양이를 죽이고, 어떤 경우에는 사람도죽인다. - P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