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를 처음 알게 된 대부분의 아이들은 경우가 보여주는 배려를 낯설어했다. 경우의 친절에 무슨 꿍꿍이가있으리라 예상하고 과하게 날을 세우는 아이들도 있었다.하지만 경우의 행동에 어떤 나쁜 의도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경우는 누군가의 경계를 허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었으니까.내가 경우를 어떻게 생각했던 것인지 경우가 살아 있을 때보다 그애가 죽은 후에 더 자주 곱씹었다. 경우가 매번 자발적으로 나서준다고 여겼으나 내가 그애의 등을 떠민 적은 없었는지, 그애의 등뒤에 숨어서 뭔가를 할 수밖에 없도록 종용한 적은 없었는지 생각해보았다. - P255
아버지가 홧김에라도 나를 찾아와 눈물이 날 만큼 혼쭐내는 상상을 했다. 옥탑방으로쳐들어와 멀쩡한 집 놔두고 왜 밖에서 개고생이냐며 거친손길로 대강의 짐을 챙겨 차에 태우는 상상도 했다. 반강제적으로 집으로 끌려 들어가 불편한 표정으로 현관 앞에서성대고 있으면 어머니는 감격한 표정으로 내 등을 감싸안으리라. 그들은 내가 꿈속에서 만난 이들이었다. 나를진짜 사랑하는 사람들. - P251
"누구 피해주는 일은 아니에요.""뭔지는 몰라도 결국 네가 제일 피해보는 일이겠지." - P202
"사람 속이는 게 쉬운 줄 알아? 너도 알고 있잖아. 특히나 같은 애는 웬만해서는 안 믿어주거든. 나도 이런저런일 다 해봤어. 결국 다 나를 안 믿어. 억울해!" - P149
하루키와 고양이와 그의 아버지 이야기라니...
살짝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이제까지 읽었던 하루키의 소설과도 에세이와도 다른 느낌이다. 뒤틀려 버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 별다른 언급 없이 그냥 시브지기 20년 후 화해 비스무리한 것을 했다는 결론은 하루키답지 않게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의 상흔이 아버지를 바꾸고 관계도 깨트렸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암튼, 하루키답지 않은 글이었다.
2023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