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를 처음 알게 된 대부분의 아이들은 경우가 보여주는 배려를 낯설어했다. 경우의 친절에 무슨 꿍꿍이가있으리라 예상하고 과하게 날을 세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경우의 행동에 어떤 나쁜 의도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경우는 누군가의 경계를 허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었으니까.
내가 경우를 어떻게 생각했던 것인지 경우가 살아 있을 때보다 그애가 죽은 후에 더 자주 곱씹었다. 경우가 매번 자발적으로 나서준다고 여겼으나 내가 그애의 등을 떠민 적은 없었는지, 그애의 등뒤에 숨어서 뭔가를 할 수밖에 없도록 종용한 적은 없었는지 생각해보았다. - P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