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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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이래서 이 계절 좋아하지?
한 해를 잘 보낸다는 건, 계절을 더 잘게 나누어둔 절기가 ‘지금‘ 보여주는 풍경을 놓치지 않고 산다는 것. 네 번이 아니라 스물네 번 이런 생각을 하며 지내는 일이겠지. 이래서 지금이 좋아, 할 때의 지금이 계속 갱신되는 일. 제철 풍경을 누리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걷고 틈틈이 행복해지는 일.
네 번째 절기 춘분을 지나며 올해 들어 네 번째로 생각했다.
아, 내가 이래서 이 계절 좋아하지.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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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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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방치하면마음도 물때가 앉은 것처럼 미끈거리는데 이상한 일이지, 바깥의 물때를 뽀득뽀득 닦아내다 보면 손 닿지 않는 마음의 물때도 지워지는 기분이다.
청소는 결국 빈자리를 만드는 일. 매년 이맘때 찾아오는손님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듯 바닥을 쓸고 닦고, 화분을 옮기고,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을 나눈다.
봄에게 앉을 자리를 내어주어야지.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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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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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는 벗들과 다산의 집에 자주 모였으므로 모임의 이름은 자연스레 ‘죽란시사‘가 되었다. 풍류를 즐기는 데 누구보다 섬세하고 창의적인 다산이었기에 생각해낼 수 있었던 모임이 아닐까 싶다. 처서 무렵이면 이른 새벽 서쪽 연못에 조각배를 띄우고 ‘연꽃이 피는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았던 사람, 친구에게 자고 가라 권한 다음 국화 앞에 촛불을 켜두고서 꽃 그림자가 빈 벽에 너울거리며 만들어내는 수묵화를 보여주었던 사람. 풍류란 한자 그대로, 계절에 따라 바뀌는 바람의 흐름을 느낄 줄 아는 것일 텐데 다산과 그의 벗들은 풍류를 구체적인 삶으로 살아낸 사람들이었으리라.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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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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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 ‘봄한담‘ 편을 듣다가 다산 정약용이 만든 문예 모임 ‘죽란시사‘
의 규약을 알게 되었을 때, 자목련 모임을 떠올리며 얼마나반가웠는지.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인다.
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인다.
한여름에 참외가 익으면 한 번 모인다.
가을이 되면 서쪽 연못에 연꽃을 구경하러 한 번 모인다.
국화꽃이 피면 한 번 모인다.
겨울이 되어 큰 눈이 내리면 한 번 모인다.
세모에 화분에 심은 매화가 꽃을 피우면 한 번 모인다.
모일 때마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준비하여술 마시며 시 읊는 데에 이바지한다.
-<죽란시사첩서竹欄詩社帖序)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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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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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다음에 오는 우수는 이름 그대로 눈이 녹아 비가 되어 내린다는 절기. 봄을 부르는 비가 내리면 농부들은본격적인 한 해 농사 준비에 들어간다. 예로부터 ‘봄비는비, 여름비는 잠비, 가을비는 떡비, 겨울비는 술비‘라고 불렀다. 봄비에는 부지런히 농사일을 해야 하지만 여름에는 비가오면 일을 쉬면서 낮잠을 자고, 가을에는 비가 내리면 햅쌀로떡을 해먹고, 겨울에 찬비 내리면 아랫목에 앉아 술 마시며논다는 의미. 계절마다 비에 따른 제철 숙제가 있었다는 얘기같아 반가워지는 대목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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