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소설 <깊은 슬픔>과 <외딴방>을 좋아했었다. 


그녀의 20대, 절망적인 슬픔과 고독이 나에게는 없는 거라 더 열심히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표절 시비에 휘말려 다들 신경숙을 욕했을 때도 뭔가 편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 덜컥 구입하고는 또 마음에 걸려 안 읽고 10년 넘게 세월이 흘렀다. 


더 이상 그녀의 글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저릿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오랜만에 그녀의 단편을 읽으니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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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유영광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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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많이 따라 불러서 전주만 나와도 저절로 가사를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였다.
"It may feel like it‘s raining. But don‘t forget that there‘s always asilver lining in every cloud.(비가 오는 것처럼 느껴지겠죠. 하지만 잊지마세요. 먹구름 뒤에는 늘 희망의 빛줄기가 있다는 것을.)"
세린은 속으로 노랫말을 따라 부르며 눈을 감았다.
감미로운 멜로디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단지 시간이 늦어서였는지, 세린은 베개에 머리를 댄 지 얼마 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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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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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마다 너를각하곤 했어. 너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그러면 내가 그 상황에서 어떤 처신을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오곤 했지. 지난 이십 년 동안 그랬다. 지금 한번 만나고 싶다. 그냥 한번 만나고 싶어. 만나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다니던 학교 연극관 앞에서 금요일 오후 두시에 기다릴게.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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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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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내가 A를 마지막으로 봤던그날 밤에서 새벽까지의 일이에요. 차라리 듣고 싶지 않은 얘기인가요? 나 역시 다른 이도 아닌 당신에게 그날 밤에 관한 얘기를 이렇게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나 혼자 간직할 수밖에 없는 일로여겼습니다. 먼 훗날 혹, 그럴 리도 없겠지만은요, 수풀에 뒤덮인숲속의 창고를 A와 함께 발견하게 된다면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땅바닥을 응시하면서나 나눌 얘기라고요. 그런데 A를 찾아 헤매는당신의 진지하고 지친 얼굴을 마주 보고 있자니 그만 얘기가 흘러나오고 말았군요. A도 그럴까요. 그날 밤에 생긴 일을 누군가에게말하고 있을까요? 그런데 나는 아직도 이 방을 지키고 있고, 설령내가 실종된다 해도 당신이 A를 찾으러 다니듯이 나의 행방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어쨌든 나는 그날 이후로 A를 만나지 못했어요. 통화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탈출했던늑대는 어찌 되었죠? 사흘 만에 공기총에 맞아 포획당했다고요? 그랬군요. 나는 그날 이후, 저 아래 슈퍼에 가는 일을 빼고는 외출을하지 않았습니다. 신문도 읽지 않았어요. 여기는 마치 모든 빛이 끊긴 동굴 같아요. A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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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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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를 다시 보게 되면 말해주고 싶어요. 저 귀머거리 고양이들이 소리를 못 듣는 대신 움직임에 민감한 것에 대해 말이에요. 매사가 그런 이치라면 좋겠어요. 한구석이 모자란 대신 다른 구석이 풍성하다면 살아 있는 것들의 균형은 저절로 이루어질 텐데.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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