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그후 그 에세이 대회가 열렸고, 시상식장에서 너를만났지. 뭐니 뭐니 해도 지금껏 내 인생에 일어난 가장 고저스한 사건 중 하나였어. 대회가 아니라 너를 만난 게 말이야! 그리고 너는 내 꿈 얘기에 관심을 가지고 무척 열심히 들어줬어.정말 근사한 일이었어. 그렇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실컷늘어놔도 되는 상대, 그 말에 집중해서 귀기울여주는 상대가있다니, 그런 일은 태어나서 거의 처음이었으니까. 정말이야. - P59
너는 묻는다. "아무튼 이 도시와는 상당히 다를 테죠? 크기도 구성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도. 어떤 부분이 가장다를까요?"나는 밤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켜고 알맞은 언어와 적절한표현을 찾는다. 그리고 말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그림자를 데리고 살았어." - P53
"난 머리맡에 공책과 연필을 챙겨두고 눈을 뜨면 제일 먼저지난밤 꿈을 기록해, 시간에 쫓겨 바쁠 때도 마찬가지야. 특히생생한 꿈을 꾸다가 한밤중에 깼을 땐 아무리 졸려도 그 자리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둬. 그것들이 중요한 꿈일 때가 많고, 소중한 것들을 많이 가르쳐주거든.""소중한 것들?" 내가 묻는다."내가 모르는 나에 대한 것." 너는 대답한다. - P42
지오는 끝내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그건 아마도 마음의 힘일 것이다. 뾰족뾰족한 기억 위에 시간을 덧붙여서, 아픔마저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고통을 지우는 게 아니라,잊는 게 아니라, 피해 가는 게 아니라, 그저 마주보면서도 고통스럽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것.그리고 그건 다시, 다른 시간의 발판이 된다는 것. - P169
‘그럼에도 수호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삶은 어떤 식으로든 끔찍했지만 어떻게든 계속되기도 했고,둘 사이에는 절묘한 균형이 있었다. 당장에라도 모든 걸 끝내버릴 것처럼 진저리를 내다가도 결국에 내일을 마주하는 균형이. 거기에 이름을 붙이지는 않기로 했다. 그게 희망이든 타성이든 이제는 아무 상관 없었다. - P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