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 일식 우동집 앞에서 아정 씨를 기다렸다. 공식적으로 점심시간이 시작하기도 전에 약속 시간보다 삼십 분이나 일찍 사무실을 나왔다. 본부장과 정면으로 마주쳤지만 어떠한 제지도 당하지않았다. 장은 알고 있었다. 이제 그는 장에게 상대가 되지 못했다.왜냐하면 장이 상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쌍놈이 양반과 맞먹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죽창을 들거나 미친놈이 되거나. 장은 전날탕비실에서 자신이 미친놈임을 주장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콘셉트를 유지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본부장과는 미래가 없었다. - P113
차가 막아서면 저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아무도 나를 치고 가지 못한다. 타인을 해치려는 사람은 자신을 걸어야 하므로,세계는 스스로에 대해 자신만만해하지만 생각보다 취약하다. - P35
이어지는 뉴스는 서해안에 떠내려온 말뚝들에 대한 것이었다.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썰물에 몸의 일부를 드러낸 말뚝들의긴 대열이 장의 머릿속에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누구와 함께말뚝을 보러 갔던가? 금세 스틸 컷처럼 그때의 장면이 떠올랐다.다른 많은 좋고 아름다운 기억과 마찬가지로 그의 곁에는 해주있었다. 죽은 사람이 먼 바다로 나가 말뚝이 된다는 전설이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말뚝의 모습은 조금 으스스하기도 했다. 목질화된 몸통과 팔다리에 해조류와 패류가 붙어있었다. 어쨌든 평범하게 묻히거나 태워지는 것보다 모양새가 근사해 보였다. 머리를 땅에 처박고 거꾸로 서 있는 동안 단단해진 몸 사이로 물고기가 돌아다니는 상상을 했다. - P25
팟캐스트 매불쇼에서 김경일 교수를 알게 되고
궁금증이 생겨 벌써 3권째 읽고 있는 중이다.
확실히 김경일 교수는 글보다는 말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그래도 앞서 읽은 책들보다는 뒤에 나온 책이
가독성이 높긴 하다.
(글도 쓰면 쓸수록 늘긴 느나 보다.)
내가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내 삶에 느슨하고 얕은 관계를 좀 더 만들 필요가 있겠다.
20260129
p.s : 도서관에 오니 비로소 나의 일상이 회복된 것 같다.
불행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고 장은 생각한 일이 있다. 누구나조금씩은 불행하고, 가장 불행한 사람조차 끊임없이 불행하지만은 않으므로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마침내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행이 찾아왔을 때 장은 불행이란단어가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는 데 한참이나 모자람을 깨달았다. 지난날의 견해가 오만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신 불행의 일부를 감경받는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도장의 불행을 덜어 가려고 하지 않았다. 장은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게 전부 내 것이라고? 이렇게나 크고 많은 것이? 이 정도불행이면 모두가 함께 나눠야 공평하지 않은가? 비록 내가 누군가의 불행을 나눠 가진 적이 없더라도 말이야. 그의 불행은 온전히 그의 것이기만 했다. 자꾸만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겼지?그런 질문조차 사소해지는 순간이 올 줄은 몰랐다. -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