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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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혼이 된 봉봉과 가만가만 걷는다. 색색의 팬지를 정성껏 키워놓은 어느 집 앞 화분에 주인이 붙여놓은
‘꽃 꺾어 간 도둑놈아, 달라면 주었을 텐데‘라는 문장을 보며 잠시 웃고, 정자 앞에 앉아 바둑을 두며 심각한 듯 미간을 모으는 할아버지들을 훔쳐본다. 골목의 평상에 앉아 참외를 깎아 먹는 할머니들. 지붕 위에서 말라가는 애호박.
내가 이 동네에서 좋아하는 풍경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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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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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의 친구는 하찮은 물건조차 좀처럼 잘 버리지 못하는 나에게 예술가는 쓸데없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인가보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건 아름다움은 획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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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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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그토록 서투른 말들을 건네는 이유는 죽음에 대해서 말하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르빌뢰르의 문장을 읽으며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 앞에서 제대로 된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죽음은 너무나도 커다란상실이자 슬픔이고, 그것을 담기에 언어라는 그릇은 언제나 너무나도 작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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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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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각자의 생존은 매우 시급한 일이 됐다. 나의 조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확산되던 시기에 태어났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한 적이 없어 밖에 나가고 싶을 때는 ‘신발‘이라고 말하는 대신 "마크크"라고 말하는 아이가 커서 살아갈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과는 아주 다를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타인이 내 생명에위해를 끼칠 수 있는 존재일지 모르니 경계해야 한다고 배운 세대에게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치는 일은 그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다른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선 내가 가진 가치관이 더이상 유효하지않고, 그런 가치관에 대해 말하는 게 그 아이를 더욱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조카에게 더 나은 세상을 주고 싶고 조카가 사랑과 생명이 가득한 세상을 꿈꿀 수 있길 바란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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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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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은 그자체로도 어여쁘지만 햇빛을 받으면 더욱 아름다워진다.
유리병이 아름다운 것은 섬세하고 연약한 물성을 지녔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견고한 표정을 짓기 때문이다.
그것은 구겨졌다 펴지는 대신 차라리 산산이 부서지는 성질을 지녔고, 차갑고 매끄러운 표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도도하고 관능적이다. 참기름이나 후추처럼 일상적인식재료를 품은 병들조차 찬장 구석에 박혀 있을지언정 빛을 받는 순간 언제고 보석처럼 영롱히 반짝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무겁고 쉽게 깨진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용기보다 실용성은 뒤지지만, 유리병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용기지만 그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야‘라는 비밀스러운속삭임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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