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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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은 그자체로도 어여쁘지만 햇빛을 받으면 더욱 아름다워진다.
유리병이 아름다운 것은 섬세하고 연약한 물성을 지녔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견고한 표정을 짓기 때문이다.
그것은 구겨졌다 펴지는 대신 차라리 산산이 부서지는 성질을 지녔고, 차갑고 매끄러운 표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도도하고 관능적이다. 참기름이나 후추처럼 일상적인식재료를 품은 병들조차 찬장 구석에 박혀 있을지언정 빛을 받는 순간 언제고 보석처럼 영롱히 반짝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무겁고 쉽게 깨진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용기보다 실용성은 뒤지지만, 유리병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용기지만 그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야‘라는 비밀스러운속삭임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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