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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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파도 파도 끝이 없다. 일을 하는 순간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을 지워야 한다. 농사일과는 다르다. 아무리 넓은논도 밭도 끝은 보인다. 끝까지 갈 일이 아득해도 하다 보면 어느 샌가 끝이 나 있곤 했다. 그는 고추 따기가 가장 싫었다. 계집처럼 쭈그려 앉아 고추를 따다 보면 허리가 끊어지거니와 무슨 놈의 고랑이 그렇게 긴지, 검푸른 고추 터널의 끝 부근에서 어룽거리는 빛 때문에 아득히 현기증이 일었다. 고추 딸 때가 다가오면 온종일 술에 취한 듯 세상이어지러워 차일피일 핑계거리를 만들었고, 꼭지가 말라들즈음에야 그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집을 나섰다. 벼룩처럼 들러붙어 등골을 뽑아먹는 자식들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지게를 내던지고 훌훌 세상으로 날아가고 싶었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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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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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너는 아는 것 많아 좋기도 하겠다. 예순 넘으면 잘난놈이나 못난 놈이나 똑같고, 일흔 넘으면 배운 놈이나 못배운 놈이나 똑같고, 여든 넘으면 산 놈이나 죽은 놈이나똑같다더라."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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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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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사가 넉살 좋게 그의 말을 받는다. 언젠가 아들을 버스에 태우느라 고생하는 그와 아내를 본 뒤로 제가 자청하여 아침 첫 버스와 오후 3시, 이 노선을 다니는 맘 좋은 운전사다. 그는 그것도 괜히 민망하고 언짢다. 목구멍에 풀칠하기 어려울 때도 남 신세는 지지 않았던 그다. 그러나 이제는 별수 없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언 땅에서 아들휠체어를 밀기도 어렵고, 버스에 태우기도 힘든 몸이 되어버렸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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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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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봉긋해진 후로 나는 언니와도 어머니와도 목욕을하지 않았다. 목욕탕 다닐 돈이 없어 내남없이 집에서 목욕을 하던 시절, 나는 행여 누가 볼 새라 부엌문을 꽁꽁 걸어잠갔다. 밖에서 어머니가 뜨거운 물을 더 부어주겠다고 해도 나는 절대 문을 열지 않았다. 워쩌믄 저런 것꺼정 빼닮았으까이 너무 깨끔을 떨어도 팔자가 외로운 법인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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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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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좋아 목숨을 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도련님은 몰랐다. 혼령이 되어서도 도련님은 여전히 모른다. 도련님에게 신념은 한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무엇이다. 저 하나 바꾸기도 어려운 게 인생이란 걸, 부잣집도련님은 모른다. 아니 도련님은 아는 무엇을 그가 모르는것인지도 모른다. 그걸 굳이 부정할 생각도 없기는 했다.
도련님과 그는 타고난 태생만큼 다른 사람, 그러니 달리 산것이라고, 그는 그렇게 믿었다.
사랑이 신념인 사람도 시상에는 있어라.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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