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지막으로 책을 읽은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아마 마이클 나이였을 테니 50년 전이네. 세상에, 세월이 이렇게 빨라."기비가 깜짝 놀라 물었다.-50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안 읽으셨다고요?""읽을 이유가 없었어."마이클은 조리대 앞에 서서 조용히 샌드위치를 먹으며 열두 살모슬리 씨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원하시면 제가 다 읽은 다음에 빌려드릴게요."기비가 책장을 넘기면서 말했다."너무 재미있어요. 그 이상은 말할 수 없지만요. 스포일러니까요.""책이 있으면 심심하진 않겠다." - P28
엉망인 사람도 살 수 있나? 망가진 인생도 살아도 되나? 수도 없이 생각해 왔어.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게실패해 버린 내 인생을. 그런데 당신의 편지를 읽고 보니알겠어. 어떻게든 살아 내면 무언가가 남아. 아무것도 남길게 없는 내 인생에조차 이 편지가 남았잖아. - P192
나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버린 사람들을 상상해요. 회오리바람 속에서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소용이 없어요. 내 탓도, 다른 누군가의 탓도 아니에요. 그저 회오리바람이 너무 강한 것뿐이에요. 우리들을 휩쓸어 버리는 그 거센 바람을 나는 운명이라고 불러요. - P165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슬픔을 안고 있어요. 그 사실이나를 버티게 해요. 가끔은 슬픔이 턱밑까지 차올라서 그만 잠겨 버리고 말 것 같을 때, 내 옆에 나처럼 턱밑까지차오른 슬픔 속에서 천천히 앞으로 헤엄쳐 가는 사람을보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나도 아, 아직 괜찮구나, 하고따라서 헤엄을 쳐요. 헤엄치는 나를 보고 또 다른 누군가역시 헤엄을 치겠지요. - P104
그 대신 밤에 날씨가 좋으면 우리는 넷이서, 그러니까조로까지 함께 나나 방에 누워서 무너진 천장 너머 하늘을 바라봐요. 저 반짝이는 것들은 하늘에 난 작은 구멍들이라고 나나가 그랬죠. 지상에서의 시간이 다하면, 그 영혼이 저 구멍을 메꾸러 가는 거라고요. - 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