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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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집과 집을 나누는 것은 빈 공간이 아니라 ‘선‘이다.
아파트라는 집은 외부가 없다. 외부가 없는 집, 그 집을 어떻게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건 집이 아니라 ‘방‘일 뿐이다. 아파트는수백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고, 그 방 중에서 내가 서너개의 방을소유하며 그걸 ‘내 집‘이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 결국 아파트는그 자체로 거대한 하나의 ‘집‘이다.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을 우리는
‘이웃‘이라 부르지 않는다. 가족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에서 온 이웃‘이 아니라 ‘지옥 안에 살고 있는 한가족‘인 셈이다. 가족 내 관계에서 다툼이 부모·형제끼리 서로 더 잘 알고자 하다가 여의치 않아 섭섭해하여 벌어진다면, 이웃과의 다툼은 알고 싶지 않은데도 알게 됨으로써 벌어진다. 몰라야하는 이웃끼리 아는 것이 너무 많아졌다. 가족은 밀쳐지고, 이웃은당겨졌다. 그 바람에 가족이 해체되는 이때에 이웃이 난데없는 ‘가족‘으로 등장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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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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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억압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앞서 소개한 책에서 하승우는 일제 식민권력이나 이후 독재정권이 가장 두려워한 것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었고 회의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말 많으면 빨갱이‘라는 표현도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은 곧 이견을 제시한다는 것이고, 이견을 제시한다는 것은 자신이 지금 ‘불편하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표현하고 힘을 모으는 과정이었는데, 그동안의 권력은 그것을 불온시해왔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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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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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관계의 단절과이야기할 공간의 부재를 말하지만 사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말을듣는 것에 질려버린 큰 이유는 서로 징징거리는 소리만 하고 있기때문이다. 자신의 사적인 경험을 자기만의 고통으로만 말할 줄 알지 남들도 들어줄 만한 ‘공적인 이슈들을 다루는 언어‘로 전환해내진 못한다. 또한 이를 뒤집으면 우리는 남들의 이야기를 공적인 이야기로 들을 줄 모른다는 뜻도 된다. 말하는 입이나 듣는 귀나 모두 사적인 것을 공적인 것으로 번역해내는 능력이 없는 셈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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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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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즉 ‘쉼‘이다.
이 쉼의 시간은 무엇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않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시간은 생산적인 시간도, 소비적인 시간도아닌 멍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이며 외부로부터 단절되고 숨어들어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이다. 고독을 통해 인간은 그 어느 누구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 이 책의 다른 부분에서도 말하겠지만 자유의 최고봉은 무엇을 할 자유가 아니라 ‘함‘으로부터 물러설수 있는 자유다. 이 쉼을 통해서만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만들 수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는 귀족들만이 누릴 수 있는특권이라고 하지 않던가? 정수 씨에게서 무엇보다 박탈된 것은 함으로부터 물러설 자유, 즉 쉼-고독의 시공간이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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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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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글과 말을 팔아먹고 살면서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은 ‘곁‘과 ‘이야기‘다. ‘곁‘은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듣는‘ 자리에가깝다. 때로는 신나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곁에서 듣는 이야기는 고통 혹은 슬픔에 찬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이 이야기들은논리정연하기보다는 오히려 비명과 한숨, 절규와 한탄이 뒤죽박죽 섞인 이야기들이다. 마치 고장 난 시디플레이어처럼 같은 말이반복되기도 한다. 곁에서 듣는 이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아직
‘말이 되지 못한 말‘을 듣는다. 따라서 듣는 이는 말하는 이의 말이말로 들릴 때까지 반복하여 곱씹고 끊임없이 물으며 들어야 한다. 누군가의 곁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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