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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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글과 말을 팔아먹고 살면서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은 ‘곁‘과 ‘이야기‘다. ‘곁‘은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듣는‘ 자리에가깝다. 때로는 신나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곁에서 듣는 이야기는 고통 혹은 슬픔에 찬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이 이야기들은논리정연하기보다는 오히려 비명과 한숨, 절규와 한탄이 뒤죽박죽 섞인 이야기들이다. 마치 고장 난 시디플레이어처럼 같은 말이반복되기도 한다. 곁에서 듣는 이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아직
‘말이 되지 못한 말‘을 듣는다. 따라서 듣는 이는 말하는 이의 말이말로 들릴 때까지 반복하여 곱씹고 끊임없이 물으며 들어야 한다. 누군가의 곁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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