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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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던 사람도 미워지니까 자꾸 움츠러들어요. 지금의 제가 매미라면 땅 위로 나오는 걸 포기할 것 같아요. 저진짜 후지죠?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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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기호 작가 글을 읽고 싶어서 제목만 보고 선택했는데, 


처음 두께를 보고는 적잖이 놀랬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술술 읽혔다. 


비숑프리제라는 강아지와 프랑스의 역사적 사건, 


시습이의 아버지의 삶, 


그리고 앙시앙 하우스에 얽힌 정채민과 박유정...


어느 순간 산책을 나가 보면 아이보다는 강아지랑 산책하는 사람이 많고, 개 유모차가 심심찮게 보인다.  


인간이 개로부터 얻는 정서적 유대감을 핑계 삼아 어쩌면 엄청난 죄를 저지르는 건 아닐까?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250816


p.s: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니까 두꺼운 책도 뚝딱!! 문제 없네.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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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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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 니 사진 찍나? 엄마도 한장 찍어봐라.
아까의 소동은 잊은 것처럼 그저 유쾌했지요. 사진첩에는 그 찰나를 담은 사진이 꽂혀 있습니다. 브이를 한 채웃는 어머니와 그 옆에서 열없이 얼굴을 붉히는 새아버지. 무심코 보면 평화로운 한때를 담아놓은 것만 같습니다. 당시의 내막이나 속내는 잘 읽히지 않지요. 함께 살아가는 동안 어머니와 새아버지는 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울퉁불퉁한 감정들을 감추고 덮어가며, 스스로를 속여가며 가족이라는 형태를 견고히 하려고 노력했지요. 두 사람 모두 한번씩은 아픔을 겪었고, 그것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요. 물론 자신을 속일 틈도 없이 툭 튀어나오는 날것의 감정들도 있었지만요.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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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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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주춤거리다 손에 든 이어폰을 제게 건넸습니다.
......?
형이 넘겨준 이어폰을 귀에 꽂았습니다. 커널형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끼고 우리는 등나무 아래 말없이 앉아있었습니다. 가사 없이 반복되던 멜로디와 코끝을 간지럽히던 은은한 등나무 향기, 앞머리를 쓸어올리던 바람.
말보다는 표정이나 분위기, 실루엣이 더 오래 기억에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하 형이 제겐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안경 뒤에 숨겨진 표정이 늘 어두웠던 형. 나보다 두뼘정도 더 커서 늘 올려다봐야 했던 형. 변성기를 지나 목소리가 굵직했고, 가끔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다 내게 들키면 얼굴이 굳어졌던 형.
형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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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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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대면서도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셔츠의 깃을 올려보기도 하고, 단추를 두개쯤 풀었다가 끝까지 채워보기도 했다. 갑자기 가족이 될 수 있을 리 없다고, 인색하게 거리를벌리다가도 이런 순간이면, 차곡차곡 쌓아온 미움이 맥없이 허물어지고 마음이 부드럽게 기울었다. 언젠가는 저여자를 어머니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 품기도 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을까 잠시 고민하다 결국 셔츠를 그대로 걸친 채 사진관으로 향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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