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김연수 작가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신간이 나오길 기다려 냉큼 사서 읽는 게 아니라 어? 김연수 작가 새 책 나왔네 하고 지켜보다가 슬그머니 들고 마는 편이다. 


김연수 작가의 글에는 장편이든 단편이든 이야기가 너무 많다. 주인공의 현재 삶과 과거 이야기, 관련되는 역사, 책에서 본 또 다른 이야기 등등등이 얽히고 설켜 메인이 되는 줄거리(그런 게 있는지도 잘은 모르겠지만)는 희미해지고 모든 각자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의미하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해서 읽다 보면 다 읽고 나서는 줄거리는 남지 않고 하나의 이미지, 하나의 분위기만 남는다. 


예전에 김연수 소설을 읽으면 왠지 칙칙하고 축 처지면서 한없이 다운되는 기분을 느꼈는데, 이번 소설집은 읽으면서 '희망'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 생각과 함께 김연수 작가도 나이가 드는구나 생각했다.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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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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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세상이 바쁘게 몰아붙이는 대로, 익숙하고 무난한 방식으로 살았을 때 이르게 될 뻔한 삶이 아닌 다른 삶을살고 싶다는 욕구가 어쩌다 생겨났는지는 쓸데없이 책만 많이 읽은 나는 회사에 기생하는 일이 아닌 더 의미 있는 일이,
자본가가 떨구는 콩고물을 받아먹는 삶이 아닌 더 의미 있는삶이, 말하자면 일과 삶을 일치시킬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싶다는 환상까지 품고 있었다.
문제는, 그 욕구와 환상을 실현할 과감함과 결단력이 내게없다는 거였다. 내 속의 반항심과 소심함은 너무나 사이좋게손잡고 있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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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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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와라, 그 사람이 낡은 버스를 타고 타르사막을 건너가는부분이었어. 사막에서는 바람도 뜨거워 창문을 열 수 없다고 하더라. 그러다가 갑자기 버스가 멈춰 서더니 차장과 운전수가 지붕에올라가 차창 위로 휘장을 늘어뜨렸다. 차 안이 온통 어두워졌겠지. 눈이 안 보이자 냄새가 밀려왔어. 싸구려 기름 냄새. 담배 냄새 땀냄새. 그다음에는 살인적인 더위가 느껴졌고 운전사는 엔진을 껐어. 그렇게 몇십 분이 지나가자 이번에는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지. 어둠에 익숙해진 후지와라가 둘러보니 사람들은 모두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 모래 폭풍은 십여 분동안 버스를 둘러싸고 미쳐 날뛰다가 잦아들었는데, 사막에 사는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거지. 모래 폭풍이 지나가리라는 것을. 그러자 운전수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어떤 인도말을 얘기했다. 모두 지나갔어. 다 끝났어.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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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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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고, 마찬가지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달을 향해 걷는 것처럼 희망의 방향만찾을 수 있다면, 이라고. 그래서 저는 치매에 걸려 우연히 떠오른생각을 의심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믿는 아빠의 마음을,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사전 경고도 없이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는 신의마음을 이해한 사람처럼 살아보기로 한 거예요. 그래서 불을 질렀습니다. 거기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었어요. 이해만 있었죠. 소방관들이 우리집의 유리창을 깨는 걸 보고 제 속이 얼마나 시원했게요, 가슴이 얼마나 벅차올랐게요. 저는 비로소 자유를 얻었거든요. 그 순간 전 모든 이야기로부터 자유로워진 거예요."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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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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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있습니다.
뭔가요?
아까 타인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우리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값어치를 가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요?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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