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내가 과거로 돌아가 청소년 시절의 나 자신과 친구가 된다면 함께 해 보고 싶은 일의 목록이다.날마다 떡볶이를 먹는다.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뜨는 해와 지는 해, 반짝이는 별을 본다.우스꽝스러운 안경테를 쓰고 자전거를 탄다.눈 오는 날, 서로에게 조그만 눈사람을 선물한다.운동장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우울한 날에는 "괜찮아, 이런 걸로 안 망해"라고 말해 준다. - P187
네모난 세상에 갇혀 사는 사람이 둥근 세상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게 꼭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뜨끔할 만큼 날카롭고 생생한 언어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포착해내던 사람이어느 날 갑자기 낚시꾼 같은 말투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시작했다고 그 사람이 꼭 변절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세상어딘가에서 참혹한 전쟁이 벌어지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계속해서 기후 변화 추이를 지켜봐야 하고, 또 누군가는 밤새 지진계를 들여다보기도 해야 한다. 그런 게 세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누군가가 하필 K일 필요는 없었다. - P62
힘든 일을 겪으면서 걱정하는 것은 자연스럽지요. 하지만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힐수록 더 외로워지더군요. 걱정은 외로움의 또 다른 모습인가 봅니다. 걱정을 없애려고 애쓰지 말고 때로는 그냥방치하는 것도 방법이더라고요. - P96
그제의 최은율과 어제의 최은율, 오늘의 최은율, 내일의 최은율과 모레의 최은율은 아주 비슷하겠지만 똑같은 마음은 아닐 것 같아. 조금씩 살짝 다를 것 같고, 그게 다 나일 것 같아.내가 싫어하는 나도, 남이 좋아하는 나도, 내가 새롭게 알게 된 나도 다 나야. - P185
빗방울이 운동장의 바싹 마른 모래에 스며들듯 찬효의 말이 이해되었다. 마음에 안 드는 옷을 입고서 우울해하고 있는데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나도 그 사람을 피하고싶었을 거다. 꼭 거울 보는 느낌이 들 테니까. 거울 속에는 내가 싫어하는내 모습이 있다. 나 자신을 싫어하는 감정, 그것만큼 독하고 강렬한 미움도 없다. - 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