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서 가장 긴 3초를 보냈다. 기수방에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때보다 더 길고긴, 충분히 모든 나날을 되짚을 수 있을정도의 아주 긴 시간을나의 최후다. 엉덩이부터 상체까지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으나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고 맑은 하늘이 보였을 뿐이었다.
나는 세상을 처음 마주쳤을 때 천 개의 단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천 개의 단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천 개의 단어보다 더무겁고 커다란 몇 사람의 이름을 알았다. 더 많은 단어를 알았더라면 나는 마지막 순간 그들을 무엇으로 표현했을까. 그리움, 따뜻함, 서글픔 정도를 적절히 섞은 단어가 세상에 있던가.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 P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