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없는 한여름 밤 편의점은 냉장고 같다. 밤의 고요 속 쉼없이 일하는 냉장고처럼, 편의점도 스물네 시간 멈추지 않고 가동된다. 냉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냉장고에 컴프레서가 있듯 편의점에는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점원이 있다. 그리고 컴프레서가 웅,
윙, 웨엥, 같은 동작음을 내듯이근배역시 수시로 소리를 냈다. 어우, 아하, 휴. 물건을 진열할 때도, 잠을 쫓기 위해 기지개를 켤 때도, 짬을 내 책을 읽다가도 근배는 소리를 냈다. 마치 살아 있다는걸 확인시키듯, 마치 냉장고에 갇혀 있다는 걸 알리기라도 하듯 근배는 혼잣말을 했다. 그러면 손님이 들어와 이 밤에 깨어 있는 점원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주기라도 할 것처럼. -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