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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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상은 어지간해서 비틀어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한껏 비틀어지고 싶어도 할 일만은 말뚝처럼 박혀 나를 기다린다고 정정하겠다. 점심 먹고 방에서 한 시간쯤 토익 공부하다 내려온다. 할머니가 마신 커피 컵을 씻는다. 식탁 구석 간식 상자에서 모나카하나 챙겨서 버스를 타러 나간다. 아르바이트하는 식당으로 들어가 일하고, 저녁 타임에 죽도록 일하고, 또 일하고, 죽도록 마감 치고,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그런 내 일과는 지옥이 들어와도 변하지 않았다. 다행일까. 내가 악인이었다면 삶이 바뀌었으려나. 지옥에 떨어진 악인들이 이런 잔혹한 형벌을 받는다니. 죄를 뉘우치고남은 생은 불우한 이들과 나누며 살아가겠습니다! 하고 말이야.
내가 더 똑똑한 인간이었다면 지옥 투어 관광코스라도 개발했겠지. 어떤 사람들한테는 단테의 신곡 코스 2시간 투어,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유명 영화에 나온 도산지옥 30분 투어 같은 거.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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