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집에 오기도 전인 아주 옛날, 경찰이 할머니의 장남을끌고 나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지금은 없는 세입자들을 통해 단편적으로 들었다. ‘멍청하고 썩을 놈인 차남 정효섭과는 달리, 장남 정준섭은 똘똘하고 썩을 놈이었다. 할머니에게 들키지 않고 기둥뿌리 뽑아서 집을 나갔고, 몇 년 뒤에는 숨겨주기만 해달라고 기어 들어왔다. 하지만 경찰과 형사가 문을 뜯고 들어와서는....… 그이후로 끝. 설마 사형당했냐고 물어보니 세입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깜냥도 없는 놈이고, 출소 후 할머니를 볼 면목이 없었는지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고 떠돌다 죽었다나. 그것도 교통사고 자해공갈 실패로 하지만 할머니에게는 웃지 못할 이야기. - P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