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마침내 이성이 나간 찬석이 마구잡이로그것을 휘두르다 내 목을 그어 버린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검은 옷의 남자의 얼굴이 왜 아이의 얼굴인지, 나는 왜 그때 엉엉 울었는지, 아이가 왜 과거의 찬석을 죽이려고 했는지, 왜그 자신이 사라지고 말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바닥은 이미 내 목에서 뿜어져 나온 피로 흥건하다.
찬석의 표정을 보고 싶은데 고개를 들 수 없다. 멀리서 아이가 초밥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의식이 점점 흐려진다. 아이와초밥을 함께 먹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하지만 나는이미 세 번의 기회를 다 써 버렸기 때문에 시간을되돌릴 수 없다. 수십 년 만에 머릿속에서 울리는귀에 익은 목소리는 깔깔깔, 하고 웃는다.
"결국 벌어질 일은 벌어지지. 깔깔깔."
나는 눈을 감는다.
아이가 현관을 들어오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다. - P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