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로 건너가는 법
김민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한 번 쉬지도 않고, 19년을 직장인으로 일하며 자라는 중이다. 물론 이건 단 한 번도 내 인생 계획에 없었던 일이다. 왜 그렇게 오래 회사를 다녔냐고 묻는다면 답을 오래 고를 것같다. 딱 하나의 답이라는 게 있을까? 월급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고, 가끔 얻는 성취감이 달콤했던 것도 사실이다. 글을 쓰는 직업이 나에게 잘 맞았던 것도 사실이고, 팀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이룬경험이 짜릿했던 것도 사실이다. 동시에 매일 아침 출근하기 싫어서 이불 속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도 사실이고, 자존감을 바닥에 떨어트리는 말들에 마음이 100미터 아래로 추락하는 것도 사실이다.
입버릇처럼 곧 회사를 그만둘 거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이고, 그 입버릇을 이제는 아무도 안 믿게 된 것도 사실이다. 결국 내가 답할수있는 건 단 하나뿐인 것 같다. 나는 그만두지 않았다는 답. 내 일로매일을 건너가고 있다는 답. - P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 추천마법사에 이 책이 떴을 때도


옆에 앉은 짝꿍샘이 신간이라고 나에게 권했을 때도


제목 보고는 얼마전 유행한 드라마를 떠올리며 


피식 웃곤 넘겼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맘이 바뀌어 구입했는데...


첫 문장부터 허걱했다. 


'아버지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소설에 


장례 3일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라니...


게다가 그 아버지가 빨치산이란다. 


잘 읽히지만 구절구절 작가가 빨치산의 딸로서 살면서 본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몰랐던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사상이나 이념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였다. 


'사람이 오죽하면 글겄냐'는 말이 목에 가시처럼 박힌다. 


그런 마음이면 이해못할 사람도 없지 않을까싶다. 


20221112


덧붙여: 이 책 슬픈 장면도 아닌데 읽는 내내 눈물이 났다. ㅠ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임승수 2023-06-11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작가 임승수라고 합니다. 이번에 제가 쓴 인문에세이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출간 소식을 전하기 위해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진심을 담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열심히 썼지만 딱히 홍보할 방법이 없다 보니 답답한 마음에 저자가 이렇게 직접 나서게 되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책 여러 권을 가방에 넣고 무작정 지하철에 올라 승객분들에게 직접 육성으로 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그래서는 안 되겠지만요). 갑작스러운 댓글에 불편하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여러 일로 바쁘시겠지만 1분 정도만 시간을 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그러고 보니 문득 제 신간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의 내용이 <아버지의 해방일지> 21세기 실사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 아버지가 빨치산 출신 사회주의자로서 신념을 버리지 않고 살아오면서 생긴 독특한 인간관계와 에피소드가 있듯이, 두 딸의 아빠이자 반백살의 남성인 저도 30년째 사회주의자로 살아오면서 그런 삶을 견지했을 때만 경험할 수 있는 평범하지 않은 사건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생 때 사회주의자가 된 이후 인생이라는 여행의 경로가 대폭 변경되었습니다. 가치관이 바뀌다 보니 갈림길에서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인데요. 글치였던 공대생 출신이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서는 느닷없이 마르크스주의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선거 날 투표할 때면 지지율이 1%도 안 되는 후보에게 거침없이 한 표를 행사하고, 뜬금없이 와인에 홀딱 빠져서는 대한민국 검사뿐만 아니라 노동 조합 간부들을 대상으로 와인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인생 경로는 명승지 투어 같이 잘 차려진 패키지 여행과는 결이 달라서, 오지 탐험에서나 맞닥뜨릴 돌발 장면들이 순간순간 펼쳐졌습니다.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에는 제가 사회주의자라는 여행 경로를 선택하게 된 이유, 그리고 이 경로를 선택했을 때만 접할 수 있는 풍경, 경험할 수 있는 사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전히 이 여행이 제법 맘에 들어서 설사 구부러질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사회주의자로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이 이야기에 공감하리라 기대한다면 과욕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오지 탐험 여행서 같은 흥미진진함을 제공하리라 작은 기대를 해봅니다.

이 책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쓴 건 아닙니다. 그저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삶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썼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재밌게 읽으셨다면 제 책도 ‘실사판’으로서 무척 흥미롭게 읽으시리라 확신합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권의 여행서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어주기를 바랍니다. 아래에는 출판사의 책소개 일부를 발췌해서 옮깁니다. 귀중한 시간 할애해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침 혁명가 세 명(카를 마르크스, 로자 룩셈부르크, 체 게바라)의 이름이 새겨진 흑단 연필 3종 세트를 제공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한정 수량이라 선착순으로 제공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인터넷서점 링크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9181643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7534357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430088

”우리는 과연 사회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사회주의는 생각보다 훨씬 우리의 일상 가까운 곳에 스며들어있다. 일례로 전 세계가 주목한 코로나19 감염병 대처 방식도 지극히 사회주의식이었다. 국가가 앞장서서 공공 재원과 행정력을 동원해 감염병에 대처했으며 코로나 진단 검사와 치료를 누구나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보건 의료 정책과 더불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공립학교, 국공립어린이집, 무상 급식, 공공 임대 주택, 부자 증세 등등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복지 및 재분배 정책은 모두 사회주의적 성격을 가졌다. 그런데 복지를 확대하길 원하면서도 왜 사회주의에는 유독 반감을 가질까?

저자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본격적으로 해소한다. 이를 위해 자본주의가 대세이면서 동시에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30년 차 사회주의자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아낌없이 들려준다. 또한 자본주의의 은폐된 착취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를 해설하고, 역사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태생과 최후를 통찰한다.

사회주의로의 강요는 없다. 다만 질문이 시작될 뿐이다. 최악의 빈부 격차, 극심한 이윤 지상주의, 유례없는 환경 파괴, 만연한 생명 경시 풍조가 지배하고 있는 이 땅에서 우리는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지켜나갈 것인지. 증오와 배척, 불평등와 불공정 너머의 세계를 꿈꾸며, 우리 삶의 지표에 진중한 화두를 던진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운다. 오래도록 운다. 왜 우냐고 아버지가 묻는다. 뭐라 답했는지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의 답만이 기억난다.
"시상 더러븐 것을 깨끔허니 치우는 것이 황톳물이여.
황톳물이 휩쓸고 지나가야 새 질이 열린당게." - P259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ch28220 2022-11-1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적잖히 얇지 않은 책을 쉼 없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퇴근 후 손에서 잠들기 직전까지 결국 다 읽었네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와 관련된 개인적인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으로 책을 읽으며 웃다가 울다가 반복하며 우리의 아팠던 과거를 다시 돌아보았던 시간이 되었습니다.

알로하 2022-11-18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우리의 역사도 개인의 아픔도 한권의 책에서 잘 어우러져있고, 지금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답을 찾는 시간이었어요.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 죽었다고 침을 뱉을 수 있는 사람과 아버지는 어떻게 술을 마시며 살아온 것일까? 들을수 없는 답이지만 나는 아버지의 대답을 알 것 같았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아버지는 말했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싫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관계를 맺지 않았다. 사람에게 늘 뒤통수 맞는 아버지를 보고자란 탓인지도 몰랐다. - P1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는 알았을까? 자기보다 한참 어린 막내가 면당위원장인 당신을 그렇게나 자랑스러워했다는 걸, 그 자랑이 당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걸, 그게 평생의 한이 되어 자랑이었던 형을 원수로 삼았다는 걸. 어쩐지 아버지는 알고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아버지는 수시로 작은아버지의 악다구니를 들으면서도 돌부처처럼 묵묵히 우리 집이나 작은집 마루에 걸터앉아 담배만 뻐끔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는 몰랐을 수도 있다. 아무 - P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