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라이프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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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와는 그 일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그는 주드가 크고 작은 온갖 종류의 고통에 시달리는 모습을, 조그만 상처에 움찔하는 모습을, 때로 너무 막대한 고통이 덮치면 구토를 하거나 바닥에 고꾸라지거나 그냥 의식을 잃고 기절해버리는 모습들을 봐왔다. 지금 거실에 있는 주드의 모습처럼.
그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왜 주드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지 않았는지, 왜 주드에게 그럴때 어떤 기분인지 말해보라고 하지 않았는지, 왜 본능이 시키는대로 감히 행동하지 못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왜 그냥 옆에 앉아 다리를 문질러주고, 멋대로 어긋나는 신경말단을 주물러 가라앉히려 해보지 않았을까. 대신 그는 여기 욕실에 숨어 바쁜 체하고 있다. 가장 소중한 친구 하나가 바로 저기지저분한 소파에 철저히 홀로 앉아 산 자들의 땅으로 돌아오기위한, 의식을 되찾기 위한 느리고 슬프고 고독한 여행을 하고있는데 말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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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라이프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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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보신 적 있어요?" 딘이 아버스의 사진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한 번도요." 윌럼이 말했다. "다이앤 아버스, 좋네요."
딘이 움찔하더니, 조그만 이목구비가 그 조그만 얼굴 한가운데로 매듭이라도 짓듯이 모여들었다. "디앤이에요."
"네?"
"디앤. 저분 이름은 ‘디앤‘이라고 발음한다고요."
두 사람은 간신히 웃음을 터뜨리지 않고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디앤이라고!"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비는 말했다.
"맙소사! 이런 허세 쩌는 새끼 같으니."
"하지만 ‘너의‘ 허세 쩌는 새끼기도 하지." 주드가 말했다. 그이후로 딘은 내내 "디앤"으로 불렸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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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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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병풍의 그림은 중천에 걸려 있는 흐릿한 달, 동풍에 흔들리는 강변의 갈대, 그리고 걸식하는 법사다. 휘늘어진 버드나무둥치에 털썩 주저앉은 법사는 달을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를내며, 격렬하게 비파를 타고 있다. 두 눈이 멀어 광대한 강변 일대에 쏟아지는 푸르른 달빛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때가 꼬질꼬질한 그의 오체는 삼라만상을 그대로 포착하고, 무궁한 시간과공간에 녹아들어 있다. 팽팽한 현의 떨림은 미적지근한 밤기운을자극하여 봄을 증폭시키고, 병풍 옆의 초라한 이불 속에 기어들어 있는 소년의 아직 두부처럼 여린 영혼에도 깊이 스며든다. 볏짚을 채운 요와 고이보리(종이나 천 등으로 잉어 모양을 만들어,
사내아이들이 잉어처럼 기운차게 자라기를 기원하며 단옷날 장대에 높이 매다는 것-옮긴이)를 부셔 만든 이불 속 아이는 바로 30년 전이제 막 열살이 된 나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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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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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나는 조금씩 죽어 가요? 별다를 것 없는 화요일 오후, 부모님이 엘라 피츠제럴드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어머니는 맨발이다. 아버지가 작업화를 신었지만, 어머니의 발가락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그 댄스 스텝은 그들 자신의 심장박동만큼이나 익숙하다.
이 노래 가사만큼이나 익숙하다.
나는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뭔가에 당황한 채 복도에서서 지켜본다. 아버지의 팔이 어머니의 허리에 둘려 있다.
어머니는 발끝으로 서 있다. 어머니의 팔이 아버지의 어깨에 얹히고 머리는 아버지의 광대뼈 밑에 기대어 있다. 그들의 다른 쪽 손이 서로 얽혀 그들의 심장 사이에서 마주 잡고있다. 그들의 스텝은 너무나 잘 훈련되어 있고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그들이 회전할 때 그들 사이에는 단 1센티미터의 빈 공간도 없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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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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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우리의 신혼여행 때 나는 남편과 함께 샌디에이고 인류 박물관을 방문했다. 당시 그 박물관에서는 고대의 점토상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 인간 점토상은 한눈에 보기에도 뭔가 달랐다. 왜소증이 있는 사람, 팔다리가 없는 사람, 척추가 심하게 굽었거나 다지증(多)이 있는 사람. 안내 현수막에는 그 점토상들이 육체적 다름을 숭배한 부족구성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우리가 장애라고 부르는 것을 그들은 축복으로 여겼다. 신은 그들 공동체로 하여금 그런 희귀한 보물을 돌보게 했고, 그들은 예술에서도 그런 믿음이 가치를 지니도록 공을 들였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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