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봄 병풍의 그림은 중천에 걸려 있는 흐릿한 달, 동풍에 흔들리는 강변의 갈대, 그리고 걸식하는 법사다. 휘늘어진 버드나무둥치에 털썩 주저앉은 법사는 달을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를내며, 격렬하게 비파를 타고 있다. 두 눈이 멀어 광대한 강변 일대에 쏟아지는 푸르른 달빛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때가 꼬질꼬질한 그의 오체는 삼라만상을 그대로 포착하고, 무궁한 시간과공간에 녹아들어 있다. 팽팽한 현의 떨림은 미적지근한 밤기운을자극하여 봄을 증폭시키고, 병풍 옆의 초라한 이불 속에 기어들어 있는 소년의 아직 두부처럼 여린 영혼에도 깊이 스며든다. 볏짚을 채운 요와 고이보리(종이나 천 등으로 잉어 모양을 만들어,
사내아이들이 잉어처럼 기운차게 자라기를 기원하며 단옷날 장대에 높이 매다는 것-옮긴이)를 부셔 만든 이불 속 아이는 바로 30년 전이제 막 열살이 된 나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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