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의 도덕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도덕적수준과 별개로 특정한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발생된다는 것이다. 어떤 군중은 상점의 약탈과 살인, 강간을 서슴지 않으며, 어떤군중은 개인이었다면 다다르기 어려웠을 이타성과 용기를 획득한다. 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숭고했다기보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지닌 숭고함이 군중의 힘을 빌려 발현된 것이며, 전자의 개인들이특별히 야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야만이 군중의힘을 빌려 극대화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P95
오현종의 어떤 소설(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나지 않는다.)을 읽고
맘에 들어서 이 책을 샀던 기억이 난다.
표지도 블링블링하고,
제목도 흥미로웠으나
왠지 그 즈음 시간이 나지 않아
읽을 시기를 놓치고 18년이 흘렀다.
뭔가 유효 기간이 지난 책을 읽은 느낌이다.
그 당시엔 아주 트렌디하게 느껴졌겠지만,
뭔가 지금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어색함, 낯섬...뭐 그렇네...
오현종 소설을 앞으로는 굳이 찾아보지는 않을 듯~
20250428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더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 P79
"M은 나에게 아버지와 같아."M은 정말 007의 친아버지일까요?"아버지가 아들을 매일 죽을 곳으로 몰아넣나요?""말조심 해.""아들이 죽고 나서야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했다고 깨닫겠죠.나도 그런 사랑이 어떤 건지 한번 받아볼게요. 교육을 마치고 나면 내게도 M이 험난한 임무를 맡길 테니까요.""스파이는 아무나 되는 줄 알아? 미미, 제발 쓸데없는 소리 관두고 거기서 나와. 당신이 다치는 건 원치 않아."그런 말이야 누구든 쉽게 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기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난 이미 충분히 다쳤어요." - P98
개구리눈은 눈이 맑은 청년, 아니 소년입니다. 007에게도 저런시절이 있었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나쁜 물이 들어서 영악하기만한 스파이 007, 나는 그를 저주합니다. 아니, 저주까지는 아니고미워합니다. 그가 적의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죽기를 바랄 정도로 미워하지는 않고, 부상을 당해 일 년 동안 침대에 누워 욕창이생기기를 바랄 정도로만 미워합니다. 그의 등과 엉덩이가 짓물러서 진물이 흘러도 자신의 성적 매력을 자신할지 의문이로군요. - P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