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호위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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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한나에게는 스스로 세운 세개의 규칙이 있었다. 비밀을나누는 친구를 사귀지 않을 것, 미래를 공유할 애인을 만들지 않을것, 마지막으로 죄의식을 고백할 수 있는 신을 믿지 않을 것. 이규칙들만 지켜나간다면 인생에서 견디기 힘든 배신감이나 일상을 흔들어놓는 절망감은 피해갈 수 있을 거라고 한나는 믿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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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호위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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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라는 화제는 장난처럼 시작됐지만, 그날 고모는 내내 진지했고 조금은 절박해 보이기까지 했다. 서군을 처음 만난 날부터그의 원고와 관련된 사건들, 대전교도소 앞까지 갔다가 되돌아온일과 오랜 시간 뒤에 거짓말처럼 걸려왔던 한통의 전화까지, 고모는 마치 훼손되어가는 기억을 안전한 시험관에 담아 보관하고 싶다는 듯 서군과 관계된 모든 일을 쉬지 않고 내게 쏟아냈다. 믿어지니? 긴 이야기의 끝에서 고모가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렇게나 늙고 병들었는데도,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있는 곳은 여전히그 봄밤의 태영음반사야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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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호위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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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한 거울 속 풍경도 결코 바뀌지 않을 무용한 사물...... 영레이디, 슬퍼하지마. 접촉사고 이후 태호가 보인 반응까지 털어놓자 안젤라는 내 손등을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젤라의 가장 뛰어난 마술이 펼쳐진 건 그때였다. 실수에는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아니, 꼭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었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분명 그 문장을 읽었다. 그녀는 언어가 아닌 눈빛으로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전할 줄 알았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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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호위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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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안에 빛이 들어 있어. 빛을 가득 실은 작은 조각배 같지 않아? 어, 그런가…………… 여기에도 숨어 있었다니..... 뭐가? 셔터를 누를 때 카메라 안에서 휙 지나가는빛이 있거든. 그런 게 있어? 어디에서 온 빛인데? 내가 관심을 드러내자 권은은 그때까지 내가 한번도 본 적 없는, 한껏 신이 난 얼굴로 날 바라봤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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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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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 뭔지 알아? 편지밖에서 나는 고개를 젓는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어. 사람을 살리는일이야말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위대한 일이라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반장, 네가 준 카메라가 날 이미 살린 적이 있다는 걸 너는 기억할 필요가 있어. 은이. 그 편지가저장된 날은 그녀와 내가 을지로에서 만나 맥주를 마신 날이었다.
내게 고맙다고 말한 뒤 택시를 타고 떠난 그녀는 연말의 서울 거리를 가로지르는 택시 안에서 언젠가 살아 있는 사람이 읽을 수도 있는, 이번에는 꽤 쓸모 있는 편지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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