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이은 침묵 속에서 그는 자기가 해야 하는 말을, 늘 생각했지만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말을 생각하고 있다. "말도 안 되게들리리라는 거 아는데." 그가 입을 열자, 윌럼이 그를 쳐다본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난 여전히 내가불구라는 생각이 안 들어. 그러니까 내 말은, 불구인 건 알아.
그렇다는 건 안다고. 불구가 아니었던 시간보다 불구로 산게두 배는 더 되니까. 그게 네가 알아온 내 모습이지. 도움이 필요한, 그런 사람으로. 하지만 내 기억 속엔 뛸 수 있었던 사람, 원할 때마다 걸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던 내가 있어.
불구가 된 사람들은 다들 뭘 빼앗긴 것같이 생각할 거야. 하지만 난 늘 그랬어. 불구인 걸 인정해버리면, 트레일러 박사에게 패배를 인정하면, 그가 내 삶의 모습을 규정하게 만들어버릴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래서 아닌 척하는 거야.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의 나인 척하는 거야. 그게 논리적이지도, 실제적이지도않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게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것도 알아.
미안해. 내가 아닌 척하고 있는 대가를 네가 치르고 있는 걸 알아. 그래서, 그만두려고." 그는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았다 뜬다. "난 불구야." 그는 말한다. "난 장애인이야." 정말 바보 같지만, 울음이 터질 것 같다. 그는 결국 마흔일곱이고, 이걸 스스로 인정하는 데 32년이 걸렸다. - P253